KERI, 실록산 활용 양극용 바인더 제조기술 개발
입력 2024.09.10 13:14
수정 2024.09.10 13:14
해외 전량 수입 의존했던 바인더, 국산화 등 기대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이차전지 바인더 성능을 높이면서 친환경 소재까지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임현균·강동준 KERI 절연재료연구센터 박사팀은 유정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김종순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실록산을 활용한 양극용 바인더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해외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바인더 소재를 국산화·친환경화·고성능화·저가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KERI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차전지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극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활물질’과 전기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 그리고 ‘바인더’를 용매와 함께 섞어 제조된다.
바인더 역할은 활물질과 도전재가 금속판(집전체)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전극을 물리적으로 안정화한다.
바인더는 전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그동안 연구가 더뎠지만, 고용량·고성능 전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리튬이차전지용 양극(+) 바인더 소재로는 불소계 고분자 물질인 ‘폴리비닐리덴 플로라이드(PVDF)’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PVDF는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활용 과정에서 전지의 안정성 저하 등 기능적인 문제도 계속 제기돼 왔다.
특히 PVDF는 매우 강력한 탄소(C)-불소(F) 결합으로 구성돼 자연적으로는 거의 분해되지 않아 ‘좀비 화합물’이라고 불린다. 분해가 어렵다 보니 주변 환경에 긴 시간 잔류할 뿐만 아니라 연소시킬 때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환경 유해성 이슈로 인해 유럽연합(EU)에서는 PVDF를 사용 규제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PVDF를 능가하는 바인더 소재의 개발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양극용 바인더에 ‘실록산(siloxane)’을 적용했다.
실록산은 실리콘과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수년간의 나노복합 기술 연구를 통해 유·무기 소재 장점을 모두 가지는 ‘하이브리드형 실록산 수지 제조기술’을 확보다. 이를 양극용 바인더에 적용할 수 있는 분자구조 설계 및 합성 제어기술까지 개발 완료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적용된 완전지 제작을 통해 여러 검증도 거쳤다. 그 결과 KERI 기술이 PVDF가 적용된 기존 바인더보다 1.4배 이상 높은 수명 안정성을 가지는 등 우수성을 확인했다.
PVDF는 물리·화학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접착성이 좋지만, 최근 전지의 고용량화·고성능화가 진행되며 스웰링(swelling) 현상 발생 및 내부 물질 간 부반응 등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ERI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확보했다.
이번 성과의 가장 큰 장점은 불소를 포함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하다는 점이다.
PVDF 사용을 제한하려는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양극 바인더의 해외 의존도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연구팀 측은 보고 있다.
임현균 박사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양극 바인더는 국내에 전문 기술 및 기업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록산을 활용한 우리의 친환경 바인더 기술이 기존 PVDF를 대체하고, 전기차 등 고용량 전지를 필요로 하는 제품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가 이차전지 산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 보고, 수요업체를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