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남편 불륜에 고통받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다양성’ 확대에도 여전한 한계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09.08 13:49
수정 2024.09.08 13:49

이혼 ·불륜 서사로 귀결되는 TV 드라마들

여성 서사 강조한 '우씨왕후'는 과도한 노출씬으로 빈축

‘굿파트너’의 차은경(장나라 분)은 17년 차 이혼 전문변호사이자,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존재 자체고 곧 채널이라고 매체’라고 표현이 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고 있지만 결국 남편의 불륜으로 고통받으며 ‘엄마의 삶’에 대해 반성한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는 욕망 가득한 정치인 예영실(배종옥 분) 남편이 피해자 박다은과 과거 남몰래 만나던 사이라는 것이 암시됐으며,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의 오완수(김하늘 분)도 남편 김용국의 불륜을 묵인하며 ‘재벌가 며느리’ 타이틀을 유지하려고 한다.


ⓒ'굿파트너' 속 한 장면

능력 있고, 주체적이지만 결국 드라마 속 다수의 여성 주인공들이 남편의 불륜에 고통을 받고 있다. ‘식상하다’는 혹평과 함께 ‘한계’로 지적이 되는 부분이다.


한때 ‘여성 서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하는 영화, 드라마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던 것을 생각하면, 다양한 여성들이 중심에서 활약하는 지금이 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륜 서사’에 얽매인 여성들로 ‘전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과도한 노출로 메시지를 무색케 하는 작품도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의 이야기를 다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는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 액션 사극으로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필요한 노출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뜨렸다.


특히 우희(전종서 분)의 언니이자, 태시녀 우순(정유미 분)의 욕망을 여러 정사씬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지나치게 반복되고 길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순을 연기한 정유미의 노출에 대해 ‘필요한 장면’이라는 평가보다는 ‘여성의 몸을 흥밋거리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우씨왕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여성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활용하면서 ‘우씨왕후’만의 의미 또한 퇴색됐다.


방송을 앞둔 드라마 ‘정년이’는 극 중 정년이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원작 속 ‘부용’ 캐릭터가 삭제돼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성장을 다루는 드라마인데, 동명의 원작 웹툰에서는 부용의 굴곡진 삶이 이 작품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정년이와는 로맨틱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이 캐릭터가 삭제된 것은 아닌지, 아쉬움 섞인 반응이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없진 않다. ‘굿파트너’에서는 차은경 외에도 신입 변호사로 활약 중인 한유리(남지현 분)가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며 여성 서사를 강화 중이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비롯해 넷플릭스 ‘돌풍’, U+모바일TV ‘노 웨이 아웃’까지. 여성 정치인들이 메인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는 20대 청춘에 빙의한 50대 중년 여성이 검찰청 인턴으로 활약을 하는 등 여성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활약 중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시청자들은 ‘정년이’의 원작처럼, 여성들의 삶을 깊이 있게 포착하며 더 유의미한 메시지를 선보이길 원하고 있다. 일부 드라마들이 중년 여성들을 겨냥하기 위한 겉핥기식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의 여전한 한계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