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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와 유신론자의 토론 배틀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9.07 14:48 수정 2024.09.07 17:30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신은 존재하는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악이 판을 치는 이런 세상을 만들지도 허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한 것은 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많은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 신의 존재와 부존재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그동안 철학자, 신학자, 과학자 사이에서 수없이 제기되어 왔다.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고대부터 논쟁이 되었던 신의 존재 여부를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20세기 두 석학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38년 9월 3일 런던, 독일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한 이틀 후 무신론자인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안소니 홉킨스 분)는 유신론자인 옥스퍼드대 교수 C.S 루이스(매트 구드 분)를 자신의 서재에서 만난다.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은 정중하지만 신랄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은 신의 존재부터 시작해 인간의 정체성,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해 공수를 바꿔가며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그 장면의 목격자는 아무도 없으며 그저 텅 빈 저택의 서재에서 둘만이 대화를 이어간다. 20세기 세계의 지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두 사람의 논쟁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가.


영화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는 실제로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작가가 굳이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석학을 만나게 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다. 우리가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서 사후 세계에 대해 절대 단언할 수 없다. 영화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태도를 성찰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바쁜 삶에 지쳐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성찰할 기회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정작 고민해야 할 것들을 뒤로 미루고 먹고 사는 일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물론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겠지만 우리는 의식적으로라도 삶의 본질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조금이나마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성숙 하기 때문에 성장해야 한다’는 프로이트의 대사처럼 미성숙한 우리는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면서 성장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본질을 파헤치는 철학이 당장 먹고사는 것과는 연관이 없지만 삶의 태도와 방향을 잡아주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방향과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오락이 배제된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 개봉 전에 지난해 연극 ‘라스트 세션’이 공연되었다. 여기에서 배우 신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이상윤은 C.S 루이스를 맡아 무대 위에서 쉼 없이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연기를 보였다.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연극을 기반한 작품인 만큼 연극적이다. 프로이트의 서재를 배경으로 한 연극적 구도로 장면은 한정되지만 다양한 주제로 논쟁을 벌이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연기파 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압도하는 연기와 실력있는 배우 매트 구드의 연기 결합이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급변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행복지수 또한 낮아지고 있다.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인간은 신에게 의지하게 된다. 또한 유신론과 무신론 논쟁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된다.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무신론자인 프로이트와 유신론자인 루이스의 세기적 논쟁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올바른 태도를 가르쳐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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