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짜증이 많아진 아이. 덩달아 짜증나고 지쳐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㉓]
입력 2024.11.26 14:09
수정 2024.11.26 14:09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유독 훈육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아주 어릴 적에는 말을 아직 할 줄 몰라서 짜증을 내고, 청소년기가 되면 대화가 단절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 ‘미운 일곱 살’이 있다. 아이도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부모님도 아이를 어떻게든 바로잡아 보려는 힘이 강한 나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딪힘이 잦은 편이고, 의외로 가장 많이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나이이기도 하다. 많은 부모님의 고민이 커지는 나이. 점점 불만도 짜증도 많아지는 ‘미운 일곱 살’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매사에 짜증이 많아진 아이. 덩달아 짜증나고 지쳐요.
예비 초등학교 1학년인 A의 엄마는 요즘 점점 지친다. 점점 고집이 세지고 말에 트집을 잡는 딸 A 때문이다. 전에는 지시를 곧잘 따르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싫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래도 안된다’고 하면 소리를 치며 짜증 내기도 한다. 때로는 엄마의 말꼬리를 잡거나 트집을 잡으면서 “엄마가 먼저 잘못한거잖아”, “엄마 때문이잖아”라고 탓할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럴 때는 A의 엄마도 울컥 화가 올라온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기 위해 참으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얘가 나를 폭발하게끔 일부러 긁는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가끔은 A에게 져주기도 하는데,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버티기엔 너무 지친다.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언어발달이 빨라서 논리적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음. 융통성과 공감을 배워야 함.
우선 A는 웩슬러 지능검사 상 언어적 유창성이 ‘우수’ 수준으로 평가되어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검사 상 말을 제 나이보다 유창하고 설득력 있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과 관련, 일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매우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소위 말해, ‘논리 싸움’에서 이길 역량과 자신감이 큰 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다만 A에게 아직 발달되지 않은 것은 문제해결에 있어 필요한 ‘융통성’과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 대한 ‘공감능력’이다. 우선 A는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융통성이 풍부하지는 못해서 더 쉽게 불만과 짜증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지나치게 허용적인 양육도 관련이 될 수 있겠다. 성장 과정에서 A는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보고되며, 그 과정에서 많은 허용과 칭찬을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잠시 인내했다가 다음을 노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운 경험이 부족했을 것으로 고려된다. 이에 더욱 고집스러운 행동만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한 A는 발달연령 상 아직 주변을 조망하는 시야가 좁은 것으로 시사된다. 이에 자신의 욕구나 불쾌감에만 몰두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주변 타인의 곤란함 등을 파악하고 배려하는 것은 아직 서툴 것으로 고려된다.
검사자 제안 : ‘일관된 훈육기준’과 ‘일관된 훈육 태도’가 중요 + 부모님의 감정개방도 필요해
우선 A의 융통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적당한 좌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굳이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아도 자신의 욕구가 채워졌기 때문에 발달할 기회가 없었을 수 있다. 때문에 이제부터는 일관된 규칙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일관된 훈육을 하려는 부모님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A의 짜증과 고집으로 인해 많은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맞다. 지금 부모님이 다소 피로해야만, A는 자신의 욕구를 다르게 해결하는 융통성이 길러질 수 있다.
또한 A가 무조건 ‘싫다’고 우기거나 말꼬리를 잡을 때, 부모님의 곤란하고 속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네 답답한 마음은 알지만, 그렇게 말하면 엄마도 속상해’ 라고 하면서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이드해주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A가 부정적인 표현을 쓰기 보다는 스스로 ‘다른 제안’을 할 수 있게끔 예시를 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부모님에게 많은 감정적 소진을 불러 일으키겠지만, 자녀의 발달을 위해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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