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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시세차익에 눈이 번쩍”, ‘로또’된 청약 몰이 언제까지 [기자수첩-부동산]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4.09.05 07:01 수정 2024.09.05 07:01

무순위 청약·분양가 상한제 단지 시세차익만 수억원

복권보다 더 한 ‘로또’에 청약 시장 과열

소수에만 집중되는 혜택에 청약 통장 가입자들은 이탈 행렬

주택청약에 당첨됐을 때, 시세차익이 수억원에 이르는 경우 ‘로또청약’이라고 부른다. 무순위 청약(줍줍)과 분양가 상한제가 그 주인공이다.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보다 낮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적게는 3억~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까지도 안전마진이 보장된다.ⓒ연합뉴스

“당첨만 되면 돈방석…”


주택청약에 당첨됐을 때, 시세차익이 수억원에 이르는 경우 ‘로또청약’이라고 부른다. 무순위 청약(줍줍)과 분양가 상한제가 그 주인공이다.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보다 낮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적게는 3억~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까지도 안전마진이 보장된다.


최근 ‘로또청약 데이’가 있었다. 지난 7월 29일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과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등이 같은 날 진행되자,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안전마진이 20억원, 동탄역 롯데캐슬은 10억원으로 평가돼서다. 결국 한국부동산원은 이날 접수 중인 단지의 마감기한을 다음 날까지로 연장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로 신축 아파트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공급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작동하는 제도다. 현재는 공공택지지구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민간택지에 적용되고 있다.


청약 후 부적격 및 계약 포기 등으로 잔여 물량이 발생했을 때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은 최초 분양가로 공급된다.


즉, 서울 서초구에서 공급되는 래미안 원펜타스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20억원이 저렴하고, 동탄역 롯데캐슬은 최초 분양했던 시점 대비 현재 집값이 크게 올라 10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남은 하반기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등에서 로또 물량은 꾸준히 나올 예정인데, 그때마다 몰려드는 신청자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청약한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의 1순위 평균 경쟁률도 90.3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이달 강남구 ‘청담 르엘’, 다음 달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를 비롯해 공공분양에서도 이달 본청약에 나서는 ‘동작구 수방사’ 등이 주요 로또청약 물량으로 꼽힌다. 모두 분양가가 주변 단지 대비 5억~10억원이 저렴한 곳들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은 과열된 상태인데, 이와 반대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48만986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가입자 수 대비 34만7430명이 감소했다.


분양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는데, 당첨 확률도 희박해지니 청약통장 무용론이 크게 대두되는 것이다. 물론 청약통장을 해지하고서 매매시장으로 발을 돌리더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23주째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태다.


평소 복권을 사지도 않으면서 종종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해보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집을 사면 복권에 당첨이 된다고 한다.


언제부터 집이 투자 수단을 뛰어넘어 ‘로또’로까지 전락했을까. 집은 본디 ‘사는 곳’이며 삶을 영위하는 의식주의 한 요소다. 먹고 입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자고 쉬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서는 내 한 몸 편하게 뉘일 공간을 요행 없이는 마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제는 분양가상한제와 무순위 청약 등 관련 청약 제도를 들여다보고 개편할 때다.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로또가 아닌, 대다수의 무주택자가 청약이라는 제도를 통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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