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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헤즈볼라 모두 "작전 성공적"…숨고르기 국면 들어서나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08.26 18:09
수정 2024.08.26 20:20

양측 "공격 막아냈다"며 마무리…전면전 발생 시 '공멸' 우려

확전 불씨 남았지만…전문가 "양측 모두 만족할수 있는 상황"

24~25일 카이로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또 결렬

이스라엘이 25일(현지시간) 레바논 친이란계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 준비가 포착됐다며 자위적 조치로서 선제공격을 공습을 단행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가 발사한 드론을 파괴하는 모습. ⓒ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계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대규모 공습공방이 일단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에 발령했던 비상사태 경보를 해제하고 중단됐던 공항의 운항이 재개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 공격이 일단락됐다고 밝힌 까닭이다. 다만 언제든지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재연(再燃)될 여지는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헤즈볼라 공습 과정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공습 종료 후 운항이 재개됐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이 지난달 이스라엘이 푸아드 슈크르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을 사살한 것에 대한 ‘1단계 보복’이라고 강조했지만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 CNN방송은 “수사적 표현일뿐 다음 공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며 “갈등은 일단락됐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25일 새벽 4시30분쯤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면서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로켓·미사일 발사대 1000곳 등 표적을 선제 타격했다. 직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330발의 카츄사 로켓을 발사한 뒤 수십기의 공격용 드론을 날려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규모 전투기와 미사일, 드론이 동원된 양측의 대규모 공습에 곳곳에서 폭발음이 울리고 불꽃·연기가 치솟았지만 실질적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사망자는 레바논 측 3명, 이스라엘 측 1명으로 집계됐다.이번 공방과 관련한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양측은 서로 “공격 성공”이라 자평했다. 반면 상대편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자신들의 피해는 크지 않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오른쪽 두번째) 등 이스라엘 안보내각 주요 구성원들이 텔아비브 인근 군시설에서 긴급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벤구리온 공항 등 타격을 시도했지만 선제 공습으로 이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중심부를 향해 발사한 모든 드론을 요격했다"며 "우리는 헤즈볼라를 놀랍고도 압도적인 타격으로 공격했다"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공항 등 민간시설을 노리지 않았으며, 텔아비브 인근 군사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모든 드론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했다"며 "우리 군사작전은 계획대로 정밀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이 효과가 없었다고 일축하며 "오늘 작전 결과를 평가한 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입장 자체가 양쪽 모두 사실상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로이터는 외교 관계자 2명의 발언을 인용해 “양쪽이 사태를 확대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교환한 것”이라고 전했다. 텔아비브 소재 국방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헤즈볼라는 슈크르 암살에 대한 ‘억제 방정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지만, 전면전을 벌일 의사는 없다”며 “지금은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헤즈볼라로서는 보복에 성공했다는 명분을 얻고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 자체가 성과라는 얘기다. WSJ은 “이번 충돌은 지난 4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회동 중이던 이란 군 장교들이 사살됐을 당시 이란의 보복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이란은 헤즈볼라의 이번 공격보다 훨씬 더 위험한 무기를 조합했지만,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렸고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며 300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레바논 친이란계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25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그렇다고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공습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고 다짐했고, 나스랄라 지도자도 이번 공격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 간 충돌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점이 우려된다. 지금 당장은 양측이 ‘갈등을 봉합하고 전면전은 원치 않는다’는 기류가 감지되지만, 공방 수위가 높아지다 보면 자칫 어느 한쪽에서 ‘실수’로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 간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5일까지 이틀간 카이로에서 제시된 타협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 모두 이 타협안을 수락하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협상 실무진이 당분간 남은 문제와 세부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카이로에 남아있기로 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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