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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에 배턴 넘긴 바이든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한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4.08.20 14:10 수정 2024.08.21 15:43

해리스 부통령 깜짝 등장 "바이든에 영원히 감사해야"

힐러리 "해리스, 단단한 유리천장에 균열 내고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라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는 조 바이든을 사랑합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르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5만여명의 대의원과 당원들은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We ♥ Joe)는 팻말을 들고 일어나 "고마워요, 조"를 연호하며 반갑게 그를 맞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땡큐”을 연발하며 연설을 시작하려 했지만, 대의원들은 자리에 앉지 않고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를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무대로 소개한 딸 애슐리 바이든을 한참 껴안았으며 손수건을 꺼내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전당대회 첫째 날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하는 ‘대관식’ 성격의 전당대회지만 이날만큼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 1972년 29세의 나이에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 그는 이후 내리 6선을 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8년간 부통령이라는 2인자로 지냈다. 그러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고령 리스크 논란 끝에 지난달 21일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대의원들의 박수갈채 속에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은 지 4분쯤이 지나서야 연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사퇴를 주장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난 내 나라를 더 사랑하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자신의 52년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 될 순간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여 난 그대에게 내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민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는 팻말을 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4년간 많은 업적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란 나와 해리스 부통령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사태를 매우 빠르게 극복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구축했다. 또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후법을 통과 시켰고 대학 진학 기회를 크게 늘렸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상 미국이 실패한 국가라고 말하지만 그가 재임하며 4년간 했던 실패가 모든 실패를 뛰어 넘는다”며 “진정한 패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며 그는 자신의 선거 패배 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평생 승리해온 승리자이다. 그를 내 후임으로 결정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며 “성실하고 경험이 풍부한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것”이라고 두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한다"며 "2024년에 여러분은 투표해야 한다. 여러분은 상원을 지켜야 하고 하원을 다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겨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퍼스트 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들을 나열하면서 그중 하나는 "수주 전 그가 자기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결정했을 때"라고 말했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지난 4년 동안 해리스 부통령의 명석함, 결단력, 리더십을 가까이서 보았다”며 “우리는 그가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그의 가족과 해리스 부통령,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가 무대로 함께 올라왔고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안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유나이티드센터에서 미니언 무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의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나흘 간의 전대 일정을 시작했다. 현장에는 민주당 당원과 자원봉사자, 지지자 수만 명이 모여 분위기를 달궜다.


예상했던대로 많은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의 연설을 시작으로 페기 플래너건 미네소타 부지사, 로렌 언더우드 하원의원,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 말모리 맥모로우 상원의원,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지지 연설을 했다.


중간엔 해리스 부통령이 깜짝 등장해 짧은 연설을 하기도 했다. 행사 시작 약 3시간 만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유나이티드센터 전체가 들썩였다. 그는 “멋진 한주가 시작됐다”고 운을 뗀 뒤 바이든 대통령에게 “역사적인 리더십과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해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한목소리로 민주당의 가치를 위해 싸우고 승리하자”고 외쳤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도중 환하게 웃고있다. ⓒAP/뉴시스

이로부터 40분 뒤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연단에 섰다. 그가 걸어오자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힐러리 전 장관은 박수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5분쯤 기다린 뒤 “해리스 부통령은 단단한 유리 천장에 많은 균열을 내고 있다”며 "지금 내 눈엔 유리천장 반대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손을 들고 취임 선서하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힐러리 전 장관은 “범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는 자신의 범죄와 본인의 이득만 신경 쓰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가족과 사회적 약자, 미국인 전체를 돌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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