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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00만 건 검경 통신조회…적법성 인정에도 '사찰 논란' 계속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4.08.07 03:59 수정 2024.08.07 10:21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수사서 이재명 포함 야당 정치인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검찰, 정확한 숫자 밝히고 있지 않지만…조회 대상 3000명 이른다는 주장 나와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수사 기관이 통신 사업자에게 가입자 개인 정보 요청해 임의 제출받는 것

대법 "정보주체 이익 부당 침해 명백한 경우 아니면 이용자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위법 침해 아냐"

검찰.ⓒ연합뉴스

수사기관이 특정 전화번호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통신자료 조회)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연 600만건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적법성을 인정받은 기초 수사 수단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을 통제할 장치가 부족해 무분별한 남용이 우려된다는 의견과 신속한 범죄 규명을 위한 기초적 수단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부딪히는 모양새이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상당수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한 것을 두고 '통신 사찰'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정확한 숫자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세간에는 조회 대상이 3000명에 이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수사기관이 수사와 재판 등을 위해 통신 사업자에게 가입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해지일 등 개인 정보를 요청해 임의로 제출받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010-0000-0000' 번호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절차로,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주로 피의자나 핵심 참고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데 쓰인다.


통신이용자정보는 전화 송·수신 내역, IP 등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와는 다른 것이다. 이런 통신 내역을 확인하려면 법원에서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검찰이 지난 4일 입장문에서 "통화 기록을 들여다봤다는 민주당의 논평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단순 가입자 조회"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회는 이같은 오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법률상 '통신자료'란 용어를 '통신이용자정보'로 바꿨지만, 여전히 일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 특정 등을 위해 수사상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통신 사찰'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3년 전 통신 사찰 논란이 빚어졌을 때 같은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대검찰청ⓒ연합뉴스

대검찰청의 지난해 12월 국회 보고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의 통신자료 조회 건수는 연간 600만건 수준이다. 그만큼 수사 실무상 널리 이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즉 통신 기록을 받기 위해 법원에 청구하는 통신영장 수는 약 10분의 1 수준인 연 60만건이라고 한다.


법원에서도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2016년 "검사 등이 통신자료 제공 요청 권한을 남용해 정보 주체 등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나 익명 표현의 자유 등이 위법하게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2022년 7월 통신자료는 개인 식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로서 민감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신속한 수사 등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제한되는 사익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후에도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30일 내 사후 통지를 의무화하되 최장 7개월까지 유예할 수 있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2021년 공수처 수사 땐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통신 사찰"이라고 비판하고 민주당은 적법한 수사라며 방어했다면, 이번 검찰 수사에선 여야 입장이 서로 뒤바뀌었다.


이는 그만큼 놓인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는 미묘한 쟁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신속한 수사를 통한 범죄 규명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부딪히기 때문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인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가입자 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축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가입자 정보를 무분별하게 조회하는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조회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수사의 경우도 필요성 여부를 떠나 조회 대상이 3천명에 이른다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당사자에게 간략히 사후 통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현행 통지 유예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통신자료 조회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자료 조회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법원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 수를 줄이는 노력을 할 텐데 (지금은) 통신 사업자에게 요청하면 되니까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법을 개정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연간 수백만 건에 달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위해 일일이 영장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박도 있다.


기초적인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까지 영장 청구와 심사를 거치다 보면 수사 지연 등을 초래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통신자료 조회에 영장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이같은 수사기관 측 의견을 고려해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고검장 출신인 김경수 율촌 변호사는 "수사를 할 때는 인적 사항 정도는 알아야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등을)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통신자료 조회를 엄격하게 막으면 마약 사범 등을 제때 검거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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