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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목적은 '노동약자 보호'인가 '민주노총 보은'인가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8.06 10:16 수정 2024.08.06 12:32

불법파업 관련 소송 절대다수 집중된 민주노총에 '면죄부'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개념 무한정 확대로 민주노총 '세 불리기' 유리

'경제파탄' 감수하며 '보은'하려는 민주당…대통령 거부권으로 저지해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자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5일 기어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야당들은 압도적인 의석을 앞세워 환노위와 법사위에 이어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혹자는 개원 이후 줄곧 여야간 정쟁에만 몰두하던 22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유일하게 정쟁을 벗어난 법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큰 오산이다. 단언컨대 노란봉투법은 그 어느 법안보다도 정치적인 법안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이는 누굴까. “노란봉투법은 친기업법”이라는 야당 대표 직무대행의 궤변은 일단 무시하자. 전국의 모든 기업과 기업들을 대표하는 업종단체, 경제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를 외치는데 구멍가게조차 경영해본 적 없는 자가 기업들에게 유리한 법이라니 굳이 대꾸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노동계와 진보 야권은 노란봉투법이 ‘노동약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애초에 이 법에 붙은 ‘노란봉투’라는 수식어가 기업으로부터의 고액 소송에 시달리던 근로자의 기구한 사연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 주장은 무작정 궤변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 기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이들을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이 특정 집단에 무조건적인 면죄부나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해도 된다는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약자를 위한 법을 만들 때는 항상 기득권층의 악용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경계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노란봉투법을 만든 이에게는 그런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아니, 그보다 이 법을 악용할 기득권층에게 진 빚을 갚는 게 더 중요했던 것도 같다. 진보 야권을 맹목적으로 지지해 준 거대 노동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바로 그들이다.


불법파업과 관련된 분쟁은 거의 전부 민주노총과 연관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09~2022년 사이 불법파업과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은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청구액 기준으로는 99.6%, 전체 인용액은 99.9%가 민주노총 사업장에 집중됐다. 불법행위로 분쟁을 일으키는 이들은 거의가 민주노총 산하 노조고, 법원에 의해 불법성을 인정받은 것도 거의 그들이라는 얘기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면 이들은 불법파업을 마음껏 저지를 수 있다. ‘면죄부’을 바탕으로 기업의 목줄을 죌 수 있는 강력한 권력집단이 되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이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조장법’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란봉투 안에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선물(민주노총에 보내는)도 추가로 담겼다.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무제한적으로 세를 불릴 수 있도록 했고,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1년 365일, 무슨 명분으로건 파업을 벌일 수 있게도 했다.


심지어 정치 파업도 가능토록 함으로써 진보 야권과의 야합이 좀 더 원활하도록 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노란봉투법이 ‘정치적 법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파업의 일상화로 노사관계는 파탄 나고, 산업 현장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며, 이는 기업 활동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불러와 경제적 파국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가 10년 전부터 이뤄졌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용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야 법안 발의가 잇따랐던 걸 보면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 정권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면 민주당은 지지층의 호응을 얻고, 정치적 파트너에게 ‘보은’을 하면서도 그 파장은 정적에게 떠넘길 수 있다.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윤석열 정부가 그 판에 놀아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를 달아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거부권을 헌법으로 보장받는다. 여당과 경제단체들은 그 권한을 행사할 것을 잇달아 건의했다. 노란봉투법의 폐해를 이해하는 많은 국민들 역시 이번 거부권 행사만큼은 지지를 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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