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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관리사들만 '노났다'…홍콩·싱가포르의 8배 받고 6일 새벽 입국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8.06 02:30 수정 2024.08.06 02:30

서울시 "ILO 협약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국내 최저수준' 보장해야"

월 200만원 넘는 비용 들고 가사관리사 역할에도 문제점 즐비

시, 시범사업 단계인 만큼 만족도 조사한 후 사업 확대 검토 입장

서비스 만족스럽고 임금 부담스럽다 반응이면 계약방식 바꾸는 것 외에는 대안 없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6일 새벽 한국에 들어온다.ⓒ서울시 제공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곧 시작되는 가운데 이들의 임금을 최저시급 이하로 책정해 이용 금액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시행하고 있는 타 국가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임금이 너무 높아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가정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인 9860원을 받는다. 여기에 서비스 이용자는 4대 보험료 등을 감안해 시간당 1만37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가정에서 이들을 고용하려면 주 40시간 기준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 사업은 양육가정의 가사·돌봄 부담을 덜고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추진하는 것인 만큼 싼 가격에 공급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월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면 굳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는 홍콩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 최저임금은 2797원, 싱가포르는 1721원이다. 한국보다 20~12% 수준으로 적은 금액이다. 홍콩은 최저임금 적용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예외를 뒀으며,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최저임금을 8개 파견국과 협의해 결정한 것이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도메스틱헬퍼(Domestic helper)'와 계약하는 홍콩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케어기버(Caregiver)-NC2 자격'을 갖춘 이들을 가사관리사로 선발하고 있는 점도 임금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케어기버는 기본역량 18시간, 일반역량 18시간, 핵심역량 700시간 등 736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비교적 자격요건이 낮고 관련 교육 시간이 적은 도메스틱헬퍼에 비해 케어기버를 고용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시는 "시범사업이고 가정 내 취업을 하는 것이다 보니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확실한 자격을 갖춘 케어기버를 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형 돌봄 사업에는 시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아직 금액 보조 등 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어떤 식으로 결정될지는 모르겠지만 (금액 보조 등 지원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특히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조약에 의해 국내 취업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국내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한다"며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지금보다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ILO 협약 111호에 따르면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국에 따라 고용제도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역할에 대한 오해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임금 외에도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역할에 대한 오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사관리사라는 이름처럼 돌봄과 함께 집안 청소부터 음식 만들기 등 가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역할은 '아이 돌봄'이며 가사는 옷 입히기, 목욕 시키기, 밥 먹여주기 등 돌봄과 뗄 수 없는 영역으로만 제한두고 있다. 필리핀 정부도 가사 도우미가 아닌 돌봄 도우미를 보내는 것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이들의 주된 역할은 12세 이하 아동의 돌봄이다. 여기에 아동을 돌보며 발생하는 아동의 옷을 세탁하는 등 부수적인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라며 "이러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도 '돌봄 선생님' 혹은 '관리사님'으로 이들을 칭해달라고 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일단 시범사업 단계인 이상 이들의 서비스 제공 만족도를 조사한 후 사업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경우 단기간 내에 사업을 종료할 수도 있다. 반면 서비스 제공은 만족스럽지만 임금 수준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경우에는 계약 방식을 처음부터 완전히 바꾸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6일 새벽 한국에 들어온다. 이들은 입국 후 9월 2일까지 4주 간 160시간의 특화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고용허가제(E-9) 공통 기본교육(16시간)과 직무교육(144시간)으로 나뉜다. 교육을 마친 이들은 9월 3일부터 신청 가정과 매칭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지난달 17일부터 서비스 이용가정을 모집하고 있다. 이달 1일 오후 5시 기준 422개 가정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 마감은 6일까지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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