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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대통령실, 건강하고 생산적인 관계될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7.30 07:07 수정 2024.07.30 09:05

한동훈, ‘흔들기’에 단호 대응 결기 보여

민주당, 쟁점 법안 폭주는 윤 대통령 거부권 유도

‘친윤’ 세력과 한 대표와 갈등 언제든지 폭발 가능성

대통령실, 당정관계 수직적 상하관계 인식은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걷고 있다.ⓒ 대통령실

“저는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지난 25일 개최된 첫 번째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한 인사말의 첫 구절이다. 의례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당내 회의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강성 민주당, 그리고 앞으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될지도 모를 ‘한동훈 흔들기’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특히 당원과 국민에게서 똑같이 63%라는 ‘압도적 숫자’의 지지받았음을 덧붙여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의 정치 상황을 보면 한 대표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 여당이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자주 행사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도 결국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해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선 과정을 돌이켜 보면, 김건희 여사의 카톡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 사건과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제안 등이 논란되며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로 까지, 내몰렸었다. 심지어는 ‘좌파 숙주’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선 이후에는 이런 논란들이 잠복한 상태지만, 일부 논객들은 여전히 부채질하고 있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던 신평 변호사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김 여사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발생한 검찰 내부 갈등에 대해서는 한 대표가 ‘궁중 쿠데타’를 진행하는 과정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또한 전여옥 전 의원은 한 대표를 “좌파의 짱돌”이라고 비난하며 “한동훈이 이제 완전히 드러낸 날카로운 손톱으로 생채기를 낸다 한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공감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들지만, 한 대표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것들이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행보도 눈에 띈다. 그는 비공개의원총회와 전당대회 현장에서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거의 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한 대표에게 원내 사안에는 간여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을 보태듯 일부 ‘친윤계’ 최고위원들 역시 한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채상병 특검법 수정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여러 상황을 미뤄보면 ‘친윤’ 세력과 한 대표와의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그 여부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관계에 달려있다. 우호적 관계가 유지된다면 일치단결된 힘으로 거대 야당과 맞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등 관계가 형성된다면 호가호위하려는 세력들이 대통령을 위하는 척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한 대표를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폭하는 길이다.


두 사람 간에 우호적 관계가 형성되려면 무엇보다도 당정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할 때, 대통령실에서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해 논란된 바 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된 특검의 ‘조건부 수용’을 시사하는 발언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는 당정관계를 수직적 상하관계로 인식한 데 기인한 것으로, 윤 대통령의 ‘일방적 주도형 리더십’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한 대표가 추구하는 당정관계는 다르다. 그는 줄곧 ‘수평적 당정관계’, ‘건강한 당정관계’를 주장해 왔다. “생각이 다를 때 한쪽의 생각이 무조건 지배하는 관계는 안 좋은 관계”라며, “필요할 땐 합리적 견제와 비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어느 견해가 옳은지, 국민과 당원들의 생각이 어떤지는 이미 경선 결과로 판가름 났다.


과거에 어느 여당 대표도 늘 ‘수평적 당정관계’를 말했다. 하지만 희망 사항을 피력한 것에 불과했다. 한 대표는 달라야 한다. 그것이 그를 선택한 절대다수의 민심이고 당심이다. 이번 기회에 실질적으로 ‘수평적이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가 정립되어 국민의힘이 민심을 받드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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