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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위상의 놀라운 수직상승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7.27 06:06 수정 2024.07.27 06:06

ⓒtvN 화면캡처

최근 tvN '서진이네2‘에선 연예인들이 아이슬란드에서 한식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 여기선 너무나 많은 중국계 손님들이 몰려 아이슬란드 촬영의 의미가 퇴색되며 세계 곳곳에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퍼져 있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그래도 촬영지가 아이슬란드이니 만큼 아이슬란드 손님들도 당연히 식당을 찾았는데, 한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설사 지식이 없더라도 대부분 한식을 경험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였다. 젓가락을 다룰 줄 아는 사람도 많았다. 과거엔 한국 음식에 대해 아는 서양인을 찾기가 어려웠고, 한국 음식 냄새를 혐오하는 이도 많았는데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다.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한식을 파는 설정의 예능이 그동안 꾸준히 제작됐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들의 반응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요즘엔 확실히 한국 음식에 대해 적극적인 외국인들이 많아졌는데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김치를 대하는 태도다.


과거 김치는 외국인, 특히 서구인들이 혐오하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서구인들은 김치라면 질색을 하면서 한국인을 김치라고 비하해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구권에서 진행된 예능에선 김치에 아무런 거부감도 갖지 않은 서구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오히려 김치를 적극적으로 찾기도 했다. 밥도 안 나왔는데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다 먹어버린 서양인도 있었다.


김치가 몸에 좋은 발효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한류의 부상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 한류로 인해 한국문화가 핫한 트렌드라는 인식이 생겼고, 그래서 한국 음식이 향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한국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잘 먹는 것이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취향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뭔가 앞서 가는 교양인 같은 느낌이다.


특히 한류팬들 사이에서 한국 음식 문화가 널리 퍼졌고, 또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성향의 서구인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한국 음식이 비만을 초래하지 않는, 건강한 식단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도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식품산업 컨설팅업체 ‘푸드 바이 디자인’(Food By Design)은 지난 연말 발표한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식품 트렌드로 네 가지를 꼽았다. 현재 세계적 관심사인 식물성 단백질 식품의 부상, 인공지능 생성 조리법, 향신료를 가미하는 스파이콜로지(Spicology)의 확산과 더불어 4대 화제로 꼽힌 것이 바로 한국 음식의 인기였다.


보고서는 “케이-푸드가 마침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며 “새롭고 매콤한 한국 요리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글로벌 식단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됐다"라고 했다. 또 “한식은 이제 한국을 넘어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뉴욕 등의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체인점, 슈퍼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앞으로 떡볶이, 잡채와 같은 새로운 한국 음식이 합류하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네덜란드 회사가 꼽은 국제 트렌드에 선정될 정도로 한국 음식이 ‘핫’하게 받아 들여지는 것이다.


올 6월에 열린 ‘국제식품산업대전’(서울푸드 2024)엔 52개국 1605개 식품기업이 참여해 전년보다 20% 확대됐다. 이 행사는 1983년에 시작해 올해 42회를 맞이했는데 이번 행사가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이 행사를 통한 음식 수출 계약도 전년 대비 25%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는 기본적으로 한국 음식의 질이 뛰어나고, 한국의 국력이 성장했기 때문인데 동시에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좋은 인상을 심어온 한류도 큰 역할을 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알려져야 사람들이 찾는 법이다. 한류 콘텐츠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만들어냈다.


당연히 한국 문화가 더욱 폭 넓게 전파되고 그것이 한국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강력한 홍보 매체 역할을 하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도 진흥해야 한다.


문제는 ‘겨울연가’로 한류를 열어 젖히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으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우리 영상 산업이 요즘 위협 받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OTT로 인해 극장산업이 어려워졌고, 플랫폼이 너무 다변화된 결과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선뜻 못 만들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에 어려워진 것이다. 어떻게 우리 콘텐츠 산업을 살릴 것인가? 정부와 국회가 모두 나서서 논의할 문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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