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채상병 특검법 '최소 4박5일' 본회의 격돌…여야 전운 최고조
입력 2024.07.25 05:00
수정 2024.07.25 05:00
與는 과방위 의원들 필두 필리버스터 명단 짜고
우원식 "부의된 법안들 순차적 처리할 수 밖에"
노란봉투법·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은 숨고르기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방송4법' 상정이 예고되면서, 여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본회의 개의를 저지할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언론인 출신 의원을 필두로 최소 '4박 5일' 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불사하는 등 항전 모드를 준비 중이다.
방송4법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까지 앞두고 있어 정국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경색돼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4일 국회에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중재안'을 거부했다는 것을 고리로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들의 순차 처리'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여당이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관련 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앞서 여권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작업 중단을, 야권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 및 방송법 입법 잠정 중단을 각각 요청하는 '중재안'을 낸 바 있다. 다만 이를 두고는 여권을 중심으로 '얼어붙은 정국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안이 맞는지' 여부를 둘러싼 반발이 나오던 상황이다.
방송4법은 △KBS·MBC·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송 3법'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방송3법은 각 정치 진영의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대한 '주도권'이 걸려있는 영역이라 방송통신위원회에 국한된 이슈를 넘어 국회 파행의 주요 원인이 돼 왔다.
다만 범야권(191석) 의석을 감안하면, 야권이 보유한 의석으로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회법상 종결 동의안이 제출된 경우 24시간 후에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법안의 본회의 통과 시점을 늦추고 여론전을 할 시간은 확보하지만, 실질적인 '입법 저지'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4법은 '4개' 법안이기 때문에 여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이번 본회의는 1개 법안당 24시간씩, 최소 4박 5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이번 주말을 넘겨 이달 말까지 이르는 장기적인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여야는 일찌감치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국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국회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대치 정국이 장기화됨에 따른 전투 태세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우원식 의장은 방송4법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여야가 대치하는)상황 변화가 없다면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 내일(25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게 맞다"며 "올려진 안건은 다 처리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비쳤다.
채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재의결 안건으로 여야 간 표대결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재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 돼, 이탈표가 없거나 현저히 적어야만 국민의힘이 원하는대로 법안이 부결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이탈표가 8명(300명 전원 출석 전제)이 넘지 않아야 법안이 폐기된다.
민주당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 후보 시절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는 등 기존 여권 기류와 다소 온도차를 보인 점을 들어, 여당 내 이탈표를 기대하고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한 대표도 '민주당발' 채상병 특검법에는 확고한 반대 입장을 보인 만큼, 실제 민주당이 바라는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의 폐기 시 더욱 강화된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에선 재의결에 실패해 법안이 폐기될 경우에 대비한 '상설특검' 발동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관여 가능성을 주장하며 채상병 특검법을 확대·강화한, 이른바 '국정농단 특검법' 발의를 검토하는 카드도 거론된다.
한편 야당 단독으로 앞서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전 국민에게 1인당 25~35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회복지원금법(민생회복 지원금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여당의 강력 반발 속에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해당 쟁점 법안들은 우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가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두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라 25일 열리는 본회의에는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