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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K-전선업계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공방, 쟁점은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4.07.17 07:30 수정 2024.07.17 08:27

LS전선 "해저 사업 핵심 경쟁력, 부정하게 흘러 들어가"

대한전선 "과도한 견제, 국가경쟁력 약화돼" 선 긋기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대한전선

호황 사이클을 맞이한 국내 전선업계가 '기술 탈취 의혹' 공방에 휩싸였다. 국내 1~2위를 나란히 맡은 LS전선과 대한전선 간의 다툼이다. 최근이 AI (인공지능) 수요 상승으로 어느 때보다 해저케이블 사업이 떠오른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대한전선 본사 사무실과 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자사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LS전선은 가운종합건축사무소에 압출, 연선 등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통상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축사무소를 통해 도면을 넘겨받았다는 것이 LS전선 측의 주장이다.


LS전선측은 "수십년간 숱한 시행착오 및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독자 기술을 쌓았는데, 이런 노하우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사로 흘러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km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km,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다"고 했다.


실제로 해저케이블의 경우 지중케이블과 달리 상당한 길이와 보관 설비를 요하는 제품이다. 턴테이블, 수직 연합기 등과 같은 특수 장비가 제작에 필요함은 물론, 운송 역시 까다롭다. 일반 도로로 운반할 수 없어 공장에서 곧바로 항구로 이송해야 한다. 공장을 항구 앞에 건설해야한다는 점 등에서 꽤 높은 진입 장벽을 요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LS전선 측은 입장문을 내고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하며,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며 "LS전선 역시 설비를 맞춤 제작했으며, 해저 1동부터 4동까지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R&D 투자와 실패 비용을 들여 제조 노하우를 정립했다. 그리고 이를 가운건축에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건축사무소인 가운건축이 LS전선 뿐만이 아니라 대한전선 등과도 건설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해당 사무소를 통해 기술이 유출됐을 것이란 우려가 담긴 주장이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맡아달라고 했고, 계약금도 LS전선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낸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LS전선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이 입증되면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대한전선은 이같은 LS전선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고 공장 설비 레이아웃이 핵심 기술이 아닌 만큼 자사가 LS전선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활용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한전선 측은 "해저케이블과 지중케이블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닷속에 들어가야하는 만큼 외장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고 그 무게와 길이가 다른 것"이라며 "기존에 자사가 보유한 사업과 역량으로도 충분히 진입이 가능했던 사업인데 마치 없었던 기술을 갑자기 대한전선에서 갖고 나타난 것처럼 LS전선 측에서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LS전선 측에서 흘러나오는 HVDC 기술 유출 논란에 대해 대한전선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수사건의 경우 공장 레이아웃에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전선은 "(이번 수사건과 관련해) 공장 배치도는 해외 설비 업체로부터 얼마든지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으므로 기술 탈취 목적으로 경쟁사의 공장 레이아웃과 설비 도면을 확보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가운건축을 두고서는 "가운건축은 공장 건물의 공간을 설계하는 업체이며, 해저케이블 공장 설비는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및 설치됐다"고 했다. 이어 "대한전선은 케이블 설비 공급 경험이 있는 업체에 공정하게 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해 왔을 뿐 LS전선의 주장처럼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요구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시장은 글로벌 전력망 산업에서 가장 장래가 유망한 분야이자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민관이 협력해 집중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후발주자)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이 방해된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전선은 지난 5월 당진 해저케이블 1 공장을 준공한 상태다. 경찰 수사 결과와 이어지는 법적 조치에 따라 당분간 국내 양대 전선업체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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