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검찰총장, 도열한 대검 간부들…그들이 화난 이유
입력 2024.07.03 04:22
수정 2024.07.03 04:22
민주당의 검사 탄핵안 제출 직후 기자실 찾아…대검 간부들도 일제히 도열
"검찰개혁이라지만 검찰청 문 닫자는 것"…위기감도 작용한 듯
폭우가 쏟아진 2일 오후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들을 거느리고 갑작스럽게 기자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안 발의를 규탄하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30여분간 "근거없는 자가당착"이라며 열변을 토로했다.
이 총장은 이날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직후 기자단에 기자회견을 요청했고 불과 1시간 뒤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지난해 11월 손준성 검사장과 이정섭 검사 탄핵안이 발의됐을 때에도 "저를 탄핵하시라"고 공개 반발한 바 있지만, 당시 퇴근길 도어스테핑 형식으로 입장을 낸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자회견 형식으로 한층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 총장의 양옆에는 신자용 차장, 전무곤 기획조정부장, 양석조 반부패부장, 이진수 형사부장, 노만석 마약조직범죄부장, 김태은 공공수사부장, 정희도 공판송무부장, 허정 과학수사부장 등 대검 간부들이 도열했다.
검찰 조직이 국회의 검사 탄핵안 제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입장문을 읽기에 앞서 약 40초간 침묵하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해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며 '위헌·위법·사법 방해·보복·방탄 탄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아마 다른 법치주의가 확립된 국가에서는 해외 토픽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점잖고 정제된 이 총장의 화법을 고려하면 발언의 수위가 상당히 셌다는 평가다.
이 총장은 민주당이 이날 탄핵안 제출을 추진하기로 하자 점심을 거르고 A4 두 장 분량의 입장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입장문 발표와 질의응답은 약 36분간 이어졌다.
이 총장이 이렇게 팔을 걷고 기자회견에 나선 데는 '민주당의 탄핵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사유가 이전에 비해 구체적이지 않은 데도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이 추진됐고, 검사들에게 '권력자를 수사하면 이렇게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탄핵안이 발의된 검사 4명을 한명씩 거론하며 민주당이 제시한 탄핵 사유를 반박하기도 했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회유 의혹은 일부 변호인 주장 외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했고, 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해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고 9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북부지검 차장검사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에 대해선 각각 "국정농단을 계기로 집권한 정당에서 (증거가) 조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절차상 위법했다면 (구속영장 발부나 구속적부심 기각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데는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데 따른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검찰 개혁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검찰청 폐지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 하면 검찰청 문 닫게 하자는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아예 문 닫게 하는 것은 사람의 몸뚱이에서 눈과 귀를 도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한지 여부를) 아직 살펴보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