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핵무기 둘러싼 강대국 신경전…한국 대응방안은
입력 2024.05.13 05:00
수정 2024.05.13 05:00
김보미·오일석 전략연 연구위원 보고서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 골자로 하는
유엔 결의안, 러시아 반대로 무산
정찰위성 도입 韓, 우주규범 주목해야
우주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를 골자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통합 억지'를 추구 중인 미국 안보 전략이 위성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배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주 핵무기는 통신 및 정찰에 사용되는 대규모 위성군들을 한 번에 신속히 파괴할 수 있다.
러시아 비토로 무산되긴 했지만, 이번 안보리 결의안을 미국·일본이 주도해 마련한 데서 알 수 있듯 선진국들의 '우주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군사정찰위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우주 진출을 꾀하고 있는 한국 역시 관련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우주 관여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주에선 공격이 방어보다 지배적"
'규범 부수기' 선봉 러시아가
우주 핵무기 배치할 가능성 배제 못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보미 안보전략연구실·오일석 신안보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우주 핵무기 배치 가능성과 우주안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주에서는 공격이 방어보다 지배적"이라며 우주 강국 입장에선 공격적 태세와 신속하고 위험한 반격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파 방해에 대한 위성 저항력 강화 등의 방어적 조치보다 파괴적인 위성요격 무기로 적 우주 시스템을 불능상태에 빠뜨리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를 포함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두 연구위원은 우주조약(the Outer Space Treaty)에 따라, 우주 핵무기가 배치·운용되는 사례는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당장은 미국과 합의해 우주 핵무기 배치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장기적 열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주조약은 '어떠한 형태의 대량살상무기도 우주 궤도 혹은 정거장에 배치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67년 발효된 해당 조약은 현재까지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14개국이 비준해 '규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대북제재 무력화 등 '규범 부수기'의 선봉에 선 러시아가 우주 핵무기 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두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배치는 결국 우주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위성 파괴 능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강대국 사례를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중국은 비핵무기를 우주로 발사해 자국 위성 중 하나를 파괴한 바 있다. 이듬해 미국 역시 지구 저궤도에서 오작동하는 자국 위성을 미사일 요격체계를 통해 격추했다. 러시아도 지난 2021년 말, 지상발사 미사일을 사용해 궤도에 있는 자국 위성 중 하나를 파괴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15년간 대(對)우주 능력을 크게 발전시켜 지상 및 항공기 발사 위성 요격 무기를 모두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위협을 반영해 미국은 러시아·중국이 개발 중인 우주 기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더 작고 값싼 위성들을 궤도에 올려놓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우주가 개발의 시대를 넘어 안보의 시대를 맞이해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우주안보 기술·정책 개발하고
북한·러시아 우주 협력 저지하며
우주 군비통제 체제 수립 관여 모색해야
두 연구위원은 한국 역시 우주 경쟁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 주도로 전자파 및 레이저 대응력, 회피기동 등 우주안보 관련 기술·정책 개발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위원들은 "러시아와 북한의 우주 협력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이 종료된 만큼,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받아 위성발사뿐만 아니라 우주 무기 개발에도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 등 국제사회의 우주 군비통제 체제 수립에 관여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위성요격 실험 금지(direct ascent ASAT test ban)'에 관한 우주 규범 제정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위원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 군사정찰위성 발사·운영 등을 계기로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한 만큼 "우주 핵무기로부터 우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안보 관련 기술 및 정책 개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