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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처신' 사과하면서도 특검엔 "정치공세"…野 "여사 불가침 성역?" 공격 빌미 [尹 2년, 앞으로 3년 ⑦]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4.05.10 06:00
수정 2024.05.10 06:00

"특검은 봐주기·부실 의혹 때 하는 것인데

지난 정부 2년 동안 별다른 혐의 못 밝혀"

사실상 김건희특검 거부 의사 밝힌 가운데

野, 특검 재발의와 함께 '철저한 수사' 촉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받고 있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강조되기 보다는 후폭풍이 일고 있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엔 사과를 하면서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 추진 움직임에 대해선 '정치공세'라고 규정, 사실상 '특검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김 여사 관련 발언 직후 '김 여사는 불가침의 성역'이라며 맹공을 쏟아냈다.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초미의 관심이 쏠린 대목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허심탄회한 입장 표명 여부였다.


앞서 민주당은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는 당연하고, 이와 함께 철저한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겠다며 현 정권을 압박해 오던 상태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기자회견에서는 '김 여사 특검법을 수용 여부'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윤 대통령의 답변에 따라 '김 여사 리스크'에 따른 그동안의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지가 주목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사과와 별개로 야권의 재추진 의지가 강한 김 여사 특검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지난 1월 5일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에 대한 반대 배경으로 민주당이 집권했던 지난 정부에서 2년이 넘도록 수사기관을 동원해 윤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겨냥해 수사했음에도 별다른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특검 문제는 지난 1월 재의요구를 했다"며 "지금 야당(민주당)도 집권 시기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 늘 주장하는 것이 '검찰·경찰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은 하는 게 맞다'는 주장으로 특검 여론을 늘 반대했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도이치 (모터스)니 하는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나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나와 내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응했다.


나아가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특검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며 "어떤 면에서는 '정치공세, 정치행위가 아니냐'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에 따른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에 따른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와 관련한 특검법 재추진 등 대여 강공을 예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공세라고 했는데 국민들의 시각으로 어떨까"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맞받았다. 이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치의 주체이고, 정치의 주체인 국민이 김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을 알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것을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민은 '양명주'(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주가조작 의혹)가 전부 김 여사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주가조작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되어 있는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재발의 계획은 갖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 반영돼 있는 민심, 윤석열 정권의 심판이 담겨 있다는 부분을 분명하게 대통령께서는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도 김보협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은 검찰이 수사에 나서겠다는 디올백 사건 하나에만 '사과'를 하고 끝낼 것이냐"라며 "도이치니 하는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은 '특검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공세'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여사와 장모) 두 분이 주가조작에 참여해 얻은 수익이 23억원이라는 표현이, 윤 대통령이 몸담았던 '검찰 의견서'에 명시돼 있으니 꼭 구해서 읽어보시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김 여사는 자신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하듯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리스크가 이어지며 대통령실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악화, 보수 지지층 이탈이 초래됐다는 평가 역시 잇따랐다. 특히 김 여사가 4·10 총선 때 홀로 사전투표를 한 것을 두고는 "몰래 도둑 투표를 했다"는 조국혁신당발 포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공개 내조 활동에 전면적으로 내세워,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김 여사와 김 씨가 대비되는 구도를 연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씨는 2022년 대선 정국에서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공개행보를 자제해온 바 있지만,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지난 4일 인천 어린이 놀이 축제와 계양아라온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이날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민주당이 원하는 '백기투항' 수준에 미치지 못한 답변을 하면서, 야권은 이를 빌미로 삼아 김 여사와 관련한 정쟁 띄우기에 대대적 화력을 쏟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지난 2월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처럼 "박절하지 못해 (명품백을) 받았다"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개혁국회'를 강조하고 있는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이던 지난 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과 배우자의 사과는 당연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와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고강도 비판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김 여사를 고리로 내세워, 정부와 여당을 벼랑 끝으로 모는 전술을 고집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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