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자號 KB저축은행 첫 성적표 '적자 탈출'…건전성 관리 '관건'
입력 2024.04.29 06:00
수정 2024.04.29 06:00
1분기 순익 113억 '흑자전환'
이자이익 확대·충당금 전입↓
서혜자 대표이사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한 KB저축은행이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겪은 가운데 나온 호실적이다.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은 KB저축은행이 상반기에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1분기 1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5분기만의 적자탈출이다. 앞서 KB저축은행은 2022년 4분기까지 3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지난해 1분기 11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어 2분(-2억원) 3분기(-114억원) 4분기(-680억원)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과, 부동산 PF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때문이다. KB저축은행의 작년 이자비용은 1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으며, 조달비용 급증으로 전체 영업이용도 2배가 늘어난 32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대손충당금 누적액은 2022년까지 315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370억원까지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은 11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출금 프라이싱을 강화하면서 예수금 이자비용을 감축하고, 이자이익율이 확대됐다”며 “타사 대비 지난해 PF브릿지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많이 적립해 올해는 충당금 전입 규모가 줄어들면서 순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실자산 매각도 진행하며 세후 80억 정도의 이익이 발생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KB저축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3.45%에서 올해 1분기 4.4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도 2조6620억원에서 2조8022억원, 자본은 1938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늘었다.
총자산수익률(ROA)도 -3.11%에서 1.66%,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8.07%에서 22.79%로 올랐다. 건전성도 향상됐다.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17%로 권고치인 10%(자산 1조원, 11%)를 밑돌았으나, 올해 1분기 12.12%까지 회복됐다.
KB저축은행은 당분간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며 지속성장 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도 부동산 경기 위축과 PF사업 지연 장기화 등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8년 만에 5000억원대 순손실을 냈는데 올해 1분기 실적이 더 악화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거센 충당금 적립 압박 속 주요 저축은행들의 신용도 ‘줄강등’이 이어지고 있다.
KB저축은행 역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연체율은 지난해 말 4.51%에서 올해 1분기 6.85%까지 올라갔다. 부실 채권 규모가 늘어나면 충당금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KB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영업과 내부통제 전반에 능통한 서 대표가 내실있는 성장을 추진해 KB저축은행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그룹 준법감시인을 맡았던 서 대표를 KB저축은행 수장 자리에 앉혔다. 서 대표는 국민은행 지점장을 거쳐 지난 2021년부터 KB금융지주의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해왔다. KB저축은행 출범 이래 첫 여성 CE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