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개척의 교과서'…김재섭, 24년 김근태 아성 허물다
입력 2024.04.11 07:25
수정 2024.04.11 07:25
정치권도 놀란 1.2%p 초격차 승리
연고·전문성·젊음 3박자로 험지 개척
험지 탈환 과제, 與 시사하는 바 커
MZ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도봉갑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 끝에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특히 도봉갑이 고(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이어 배우자 인재근 의원이 도합 6선을 했던 험지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승리라는 평가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도봉갑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49.05%,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89%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16%p, 1094표로 초박빙의 승부였다.
김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도봉구민과 캠프 관계자, 자원봉사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대화가 사라지고 (합의) 관행이 형해화되고 극단화되는 우리 정치 안에 그래도 대화와 타협이 되는, 야당의 협조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실 김 후보의 당선은 정치권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전날 발표된 방송 3사(KBS·SBS·MBC) 출구조사에서도 김 후보는 45.5%, 안 후보 52.4%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역전을 한 뒤 그대로 승기를 굳혔다.
당선이 확정된 뒤 캠프 관계자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캠프의 한 자원봉사자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진심은 결국 통한다"며 울었다.
김 후보의 이번 승리는 국민의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탄탄한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면, 험지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봉갑은 지난 18대 신지호 전 의원이 한번 당선된 것을 빼면 지난 30여년 동안 고(故) 김근태 전 의장 내외가 독점을 했던 험지 중 험지다.
험지 개척을 위해 중요한 것은 당 차원의 장기적 플랜이다. 김 후보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고도 떠나지 않고 당협위원장을 맡아 4년간 지역을 꾸준히 닦았다. 오롯이 개인의 저력으로 원외의 어려움을 헤쳐온 셈이다.
이미 두 번의 총선 참패로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이 진보우위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지역구 탈환을 위해서는 개인 역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당 차원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제지하지 못하고 참패하면서 김 후보의 어깨도 무겁다. 그는 "보수정당이 다시 국민께 사랑을 받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고민이 먼저 들었다"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굉장히 무섭고 겸허하게 새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