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상식, 토론회서 '재산신고 누락' 인정?…용인갑 판세 흔들릴까
입력 2024.04.04 13:30
수정 2024.04.04 13:38
21대 총선 재산신고 당시 5억원 누락
고가 미술품 신고도 일부 누락 시사
이상식 측 "후보자, 입장문 내고 사과"
전국 유일의 '검·경 대결' 구도로 꼽히는 경기 용인갑에 출마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1대 총선 출마 당시 재산신고내역 일부를 누락한 사실을 시인했다. 여론이 22대 총선 주요 화두로 후보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최우선에 꼽았던 만큼, 이상식 후보의 재산신고 누락이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장 출신의 이상식 민주당 후보와 특수통 검사 출신의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는 전날 오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22대 국회의원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서로를 향한 날선 공세를 가했다.
이날 토론의 쟁점은 세간에서 제기된 이상식 후보 내외의 '재산신고 축소 및 누락' '배우자의 미술품 위작 유통' 의혹이었다.
이원모 후보는 이상식 후보 내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이상식 후보는 22대 총선 후보 등록일 최초 재산신고에서 배우자 현금으로 5억원을 신고했다가 하루만에 3억5000만원으로 재신고했다"며 "이 현금 5억원의 출처를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상식 후보는 "(현금 5억원은) 배우자가 결혼(2019년 재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며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원모 후보는 "21대 총선 (대구 수성을 출마 당시) 재산 신고내역에는 현금 5억원이 없지 않았느냐. 그 이후 이번에 신고한 것으로 (당시엔) 신고를 안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상식 후보는 "2020년에는 신고를 안했죠. 누락했죠"라고 과거의 재산신고 누락 사실을 시인했다.
이상식 후보는 현재 배우자와 2019년 재혼한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1대 총선 출마 당시 현금 5억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재산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다만 이상식 후보는 배우자와 재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던 만큼, 배우자의 재산을 낱낱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은 이상식 후보 내외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인 '미술품'으로 정점을 찍었다. 앞서 이상식 후보 내외는 최초 신고한 미술품 14점을 총 31억74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그 이튿날, 12점에 대해 17억8900만원으로 가액을 줄여 다시 신고했다. 불과 하루 만에 약 14억원이나 가액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지난 21대 총선 출마 당시 배우자 미술품 2점에 대해 최초 8억원으로 신고한 이우환 화백의 2010년작 다이얼로그 그레이는 이튿날 신고 대상에서 아예 삭제됐고, 2010년작 다이얼로그 블루는 14억원에서 10억원으로 4억원을 축소해 신고하면서 그 경위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원모 후보는 "이상식 후보가 22대 총선 재산신고에서 미술품 14점에 대해 약 32억원을 신고하셨는데, 21대 총선 당시 신고했던 기존 미술품 2점이 없다. 판매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상식 후보는 "판매를 했겠죠"라고 시인했다.
이어 "어떤 경위로 4년 만에 무려 32억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보유하게 된 것이냐"라며 "지속적으로 미술품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으로 이런 거액의 미술품을 보유한 것이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상식 후보는 "(21대 총선 재산신고 과정에서) 미술품을 누락한 게 일부 있었고, (미술품은) 처음부터 보유하고 있던 것과 조금씩 다른 사람들하고 이렇게 매매하면서"라며 "미술품 거래에 대한 세금은 일부 냈다. 세금 문제는 다시 해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과거 일부 미술품에 대한 신고 누락을 인정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5년간 50억원 증가한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세금은 약 2000만원만 냈다는 의혹에 "보유 미술품의 가액이 대폭 상승했다"며"2024년 현재 작품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 미실현 이익일 뿐이므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팔지 않았기에 실현 이익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선 '미술품 일부를 매매했을 수 있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이원모 후보는 "현금도 일부 누락, 미술품도 일부 누락, 그리고 일부는 미술품 판매를 지속하며 얻은 수익으로 이런 거액의 미술품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정리된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면서 "이곳 처인구는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너무 많은 국회의원과 (용인)시장의 안타까운 일이 있었던 만큼, 정말 깨끗한 정치인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용인갑은 17대 총선 이후 국회의원이 전원 구속 수감된 오명을 쓰고 있다. 17·18대 재선을 지낸 우제창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19·20대 이우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7년을 받았다. 이우현 전 의원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이상식 후보는 조만간 입장문을 내고 토론회에서 인정한 재산신고 누락 등에 대한 사과 및 소명 의견을 낼 방침이다.
이상식 후보 측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020년 당시 일부 재산신고 누락에 대해선 후보자가 인정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밝히는 입장문을 오후 중으로 낼 예정"이라며 "또 억울하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소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판세 전망'과 관련, "영향이 아무래도 있겠지만, 이원모 후보를 둘러싼 문제도 한두 개가 아닌데 논점을 혼탁하게 만들어 선거판을 흐려선 안 된다고 본다"며 "지역 유권자들도 이상식 후보가 취하는 비(非) 네거티브 기조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