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한국 축구, 공은 다시 축구협회로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4.03.30 07:01
수정 2024.03.30 07:01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태국과 2연전서 선전
5월 초까지 정식 감독 선임 과제 직면
명확한 프로세스로 불신 지울 수 있을지 관심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한 한국 축구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3승 1무(승점 10)가 된 한국은 2위 중국(승점7), 3위 태국(승점 4)과의 격차를 더 벌리며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의 성적 부진 등으로 팀을 이끌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는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에게 위기의 대표팀을 구원하게 했다.
다만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2월에 열린 1차 회의까지만 해도 3월 A매치 전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데 비중을 두겠다고 밝혔다가 사흘 후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이를 번복하고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다만 U-23 대표팀이 오는 4월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수장인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A대표팀이 이번 태국과 2연전에서 부진했거나 올림픽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A대표팀이 충격의 홈경기 무승부를 딛고 원정서 완승을 거뒀고, 황선홍 감독 없이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나선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한축구협회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3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일정을 마친 지금부터가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임시 체제는 끝났고, 이제 다시 정식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3월 임시 체제를 결정하면서 5월 초까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언했다. 5월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6월에 재개되는 2차 예선부터, 나아가 2년 뒤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보다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다.
급한 대로 위기를 넘겼지만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팬들은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명확한 프로세스로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공은 다시 축구협회로 넘어갔다. 이제부터라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