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배후설 푸틴 주장에…우크라 "우리는 무관" 비판
입력 2024.03.24 10:28
수정 2024.03.24 10:28
푸틴 "용의자들, 우크라가 창구 준비한 국경으로 도주" 연관성 강조
우크라 "우리는 무관" 일축…"푸틴·러시아 자작극" 주장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온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적하면서 3년째에 접어든 러-우 전쟁서 보복공세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직접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계획된 조직적인 대량 학살'로 규정, "이 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해자와 조직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도 용의자들을 가리켜 "괴물들이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음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러시아 측 주장을 일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밤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 "어제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 대통령 등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며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우크라이나 도시를 불태우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면서 우리를 비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무가치한 푸틴 대통령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번 일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모두 뻔하게 예측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공연장 테러 공격에서 러시아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의 흔적'을 언급할 것은 예상된 일"이라며 사건 당시 테러범들이 공연장에서 1시간 30분 이상 총격을 벌이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 이들이 공연장에 몰고 온 차량에 다시 탑승해 현장을 떠난 점, 러시아 병력이 밀집한 국경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점 등에 의문을 표했다
이번 참사가 러시아 측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도 성명에서 "모스크바 테러 공격은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전쟁을 더욱 확대하고 확장하려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테러와 무관함을 재차 밝혔음에도 러시아는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경로는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공세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도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의 배후로 밝혀진다면 러시아가 전장에서 명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역시 "그들이 키이우 정권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무자비하게 파괴할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