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출산장려금' 전액 비과세…상대적 박탈감 우려도
입력 2024.03.05 18:17
수정 2024.03.05 19:15
비과세 한도 X
중소기업 확산 가능성 “글쎄”
ⓒ데일리안 DB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전액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조처에 기업들이 출산장려금 도입에 동참할 지는 물음표다. 중소기업들은 비과세 효과를 기대할만큼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5일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전액을 과세 대상에서 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영그룹은 출산한 임직원에게 출산지원금 1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당시 지원금에 부과하는 세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전면 비과세라는 파격적 방침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근로자 출산 후 2년 내에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고, 최대 2회까지 전액 비과세한다. 비과세 한도는 없다. 이때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은 인건비로 인정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경감될 전망이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기업으로부터 연봉과 함께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으면 기존에는 약 2750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 전액이 비과세되면 2500만원이 줄어든 250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다만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 가족 기업의 특수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다. 편법 증여 등 가족 간 악용할 수 있는 사례를 끊어내고자 하는 취지다.
이번 비과세 적용은 2021년 이후 자녀에 대한 출산장려금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미 근로자 자녀에게 출산지원금을 증여한 부영의 경우 증여 행위를 취소하고 근로소득세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주로 여력이 있는 기업들에서 출산장려금 지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미래 발전을 위해 큰마음 먹고 장려금 지급을 도입하는 기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분명 기업 차이가 있겠지만 그게 무서워 개편하지 않으면 더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봉 높은 근로자의 경우 정상과세를 하면 과세구간이 크게 뛰면서 되려 출산장려금 지급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보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액 비과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는 대기업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출산 지원 제도가 없는 중소기업에서도 출산장려금 등의 방안을 도입할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더해 제도가 확산할 가능성이 적은 현 상황에서 이례적인 사례만 보고 법을 고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A 씨는 “거액의 출산장려금 지급은 부영그룹 등 대기업에서나 이뤄지는 것이지, 중소기업의 경우 10~30만원 수준이거나 그마저도 없는 회사가 대다수”라며 “안 그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이나 복지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나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 형편 별로 출산 지원제도가 달라지다 보니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며 “균등한 혜택을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을 더 마련하는 측면도 고려할 수 있으나 재정적 부분이 걸리다 보니, 이를 완벽히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