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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바이오 기술개발의 허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D:로그인]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입력 2024.02.19 07:00
수정 2024.02.19 07:00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로 떠올라

‘세포치료제’로 난치성 암 치료 개발

‘디지털 바이오 혁신’에 주력

“국가전략 기술 확보·해외 네트워크 구축할 것”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경. ⓒ데일리안DB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과학기술이 국가 안전과 번영을 담보하는 이른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가 도래했다. 팍스 테크니카란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기술 패권 시대를 의미한다.


바이오는 기술 발전,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 고령화, 감염병 등 글로벌 난제 해결의 핵심 열쇠로 부각되고 있으며, 기술 패권 경쟁과 기술 블록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바이오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활용되면서 신약 개발 같은 연구와 사업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기술 개발과 이전에는 없었던 신산업 창출도 가능해졌다.


정부도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보고 여러 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경제 시대에서 글로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바이오를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했다.


나아가 미국, 영국 등을 방문해 합성생물학, 첨단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기술 선도국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합성생물학 기술 확보에 매진…‘바이오파운드리 통합 플랫폼’ 오는 2029년 구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 연구실. ⓒ데일리안 DB

우리나라 유일의 바이오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러한 첨단 바이오 기술을 구현하는 곳이다.


생명연은 1985년 개원한 이래 39년간 바이오 분야의 기초 연구에서부터 보건 의료, 식량 증산, 바이오 신소재와 신에너지 개발에 이르기까지 국가 바이오 분야 경제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첨단바이오는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치료, 유전자·세포 치료,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기술 등 4대 중점기술 분야로 이뤄져 있다.


합성생물학이란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DNA, 단백질, 인공세포 등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하는 기술이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제조산업을 친환경 바이오 제조 기반으로 대체해 미래의 바이오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생명연은 10여 년 전부터 합성생물학 분야에 전문 연구 조직을 운영하며 원천 기술을 확보에 매진해 왔다. 장(腸) 내 염증 진단 스마트 미생물, 온실가스인 메탄을 고부가가치 친환경 소재로 바꿔주는 인공미생물 등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시험용 바이오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합성생물학 인프라의 협력 플랫폼인 글로벌바이오파운드리연맹(GBA)에도 참여해 관련 연구 개발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난 1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하면서 2029년까지 바이오파운드리 통합 플랫폼 구축이 추진될 예정이다.


생명연은 코로나19 당시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19 영장류 감염모델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하고 위험도 높은 감염병 연구를 할 수 있는 특수 시설인 ABSL-3 시설을 활용해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백신·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효능 평가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을 비롯한 치료제용 물질과 백신용 물질이 임상에 진입할 수 있었다.


나아가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 mRNA 기반 백신 플랫폼과 원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mRNA는 유전 정보를 체내 세포로 전달하는 매개체다.


또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전임상시험을 상시 지원하는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생명연은 ABSL-3 시설 확충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체계도 지속해서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유전자 가위, NK세포 기술 개발에 주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첨단 바이오 연구 실습 현장. ⓒ데일리안DB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연 혁신 기술로 이목을 끌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란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꿔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현재는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질환까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 DNA를 제거 또는 삽입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이다. 유전자가위 기술로는 지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CRISPR) 기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생명연은 대표적 유전자가위인 CRISPR-Cas9 보다 획기적으로 작고 다양한 유전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 기술을 2021년 개발했다. 크기가 큰 탓에 Cas9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던 신체 장기까지도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다.


또한 2022년에는 DNA를 절단하지 않고도 교정이 가능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기존에 유전자가위로 접근할 수 없는 염기변이에 의한 유전 질환까지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해당 기술의 개발자인 김용삼 박사는 생명연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 김 박사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벤처기업인 진코어를 창업했다. 2022년 말에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글로벌 제약회사와 최대 3억 5000달러 규모의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생명연은 세포치료제 기술 개발을 통해 부작용 없는 난치성 암 치료도 개발하고 있다. 사람 또는 동물 세포를 체외에서 물리, 화학, 생물학적으로 조작해 제조한 의약품을 가리켜 세포치료제라고 한다.


NK세포는 인체 혈액 면역세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면역세포다. 다른 자극 없이 암세포를 최전선에서 바로 살상하는 대표적 항암 면역세포다.


이런 NK세포를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해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세포 수를 얻고, 항암 능력이 뛰어난 NK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최인표 생명연 박사 연구팀은 조혈줄기세포로부터 활성이 뛰어난 NK세포를 분리·분화, 대량 증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임상 연구해 난치성 백혈병 등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해당 기술은 다양한 암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1년 면역치료제 전문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에 1500억원이 넘는 조건으로 기술 이전됐다.


기존 바이오가 가지던 한계에 데이터를 활용해 극복한 것을 ‘바이오 디지털 대전환’이라고 한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등 유전체 해독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유전체·임상 데이터 등이 축적하면서 바이오와 첨단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생명정보 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은 필수적이다. 생명연은 범부처 바이오 데이터 공유 플랫폼인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을 운영하고 있다.


공유 플랫폼으로 국가 연구개발(R&D)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를 수집, 관리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질환 발생을 전 주기적으로 대응하고자 디지털바이오혁신센터를 신설해 디지털바이오 혁신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연은 첨단바이오 분야의 국가 R&D 거점을 구축하고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략적 신약개발 협력 네트워크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한 기초 연구기관, 여러 대학과 협력할 계획이다.


생명연은 원천 R&D 성과와 임상 R&D를 결합해 첨단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기술성숙도(TRL)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병원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미국(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영국(케임브리지 대학교) 등 해외 연구 단체와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경제 시대에 발맞춰 첨단바이오 기술 확보, 해외 네트워크 구축할 것”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데일리안DB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인터뷰]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4차산업혁명 핵심으로 첨단바이오를 꼽았다. 바이오경제 시대에 발맞춰 생명연이 나아갈 방향은 첨단바이오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해외 선진기관과의 네트워크라고 언급했다.


김 원장은 “바이오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 혁신성장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이자 바이오경제 시대를 주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글로벌 강대국 간 패권경쟁으로 비롯된 공급망 대전환, 생성형 AI가 가속화한 데이터 기반 디지털 대전환,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고착화와 같은 대내외적 요인들로 인해 연구 현장 역시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김 원장은 “생명연은 국내 바이오 연구의 구심체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과학기술, 그리고 정부 정책 등의 다양한 요구에 앞장서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합성생물학, 첨단·디지털 신약,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융복합 연구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첨단바이오 전략기술을 확보했다고”고 자신했다.


이어 “국가 R&D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K-BDS 플랫폼을 운영해 연구 데이터를 생산, 공유, 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연은 중개 연구와 바이오인프라 운영 등을 통해 기초 연구 아이디어가 매몰되지 않고 응용 연구나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협력 파트너”라며 “각 연구 주체를 잇는 가교로서의 정부 출연연이 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은 첨단바이오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세계적 난제 해결을 위해 산·학·연·병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해외 선진기관과의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고도화해 세계에서 인정받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연구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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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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