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그랬다"…사람 치어죽이고 운전자 바꿔치기 한 父
입력 2024.02.16 14:16
수정 2024.02.16 14:18
무면허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한 남성이 교통 사망사고를 내고서는 딸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강원도 강릉의 한 농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70대 A씨가 숨졌다.
SUV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B씨는 유족을 찾아 사죄하고 "딸이 운전하던 중 오토바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냈다"면서 "딸은 너무 놀라서 집에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B씨의 사과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B씨 측에서 사고를 낸 후 곧바로 119 신고하지 않았고, (A씨를) 차 뒷좌석에 안아서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은 "이 과정에서 40분이 소요됐다"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사고 현장과 병원까지의 거리는 차량으로 불과 10분 거리"라며 "블랙박스에도 당시 메모리 카드가 없어서 40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며칠 후 의문을 풀어줄 단서가 나왔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나타난 것. 목격자는 당시 사고 현장에는 B씨만 있었고, 그의 딸로 보이는 여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는 "사고 후 10분이 지나도 (B씨가) 119에 신고를 하지 않아 '신고라도 해드릴까요?'라고 물었더니 '하지 말라고 말렸다'"라고 증언했다.
알고 보니 B씨가 사고를 낸 후 딸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운전했다고 해라'라고 강요한 뒤, 딸을 데리러 가 태운 다음 병원으로 향한 것이었다.
실제로 사고 당시 B씨는 딸과 여러 차례 통화했고, 딸은 울면서 아버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것에 대해 유족 측은 "B씨가 2022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황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B씨는 이듬해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착각해 사고를 낸 적도 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B씨는 "경황이 없었다"며 "거짓말을 해서 죄송하다. 너무 무서웠다. 겁이 나서 당시 상황을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족 측은 "현재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가해자에게 사고 경위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해 답답하다. 진실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건을 두고 양지열 변호사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B씨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에 해당하며 딸을 부추겨 자신을 도피하려 했기 때문에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를 차에 실어 갔다고 하는 것은 구호 조치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뺑소니에 해당한다"며 "이는 도주치사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