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대에도 '트랜스 여성'이?…군, 인구절벽 여파에 병역의무 부여 '만지작'
입력 2024.01.23 00:30
수정 2024.01.23 00:30
3주 교육훈련 뒤 사회복무…
국방부 "각계 의견 등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노력"
인구감소 여파로 2030년대부터 병력자원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인 가운데, 군 당국은 '트랜스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관련 질문에 "병역 판정의 공정성·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신체검사 대상자 중 6개월 이상 규칙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성별불일치자'에게 4급 판정을 내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별불일치자는 성 정체성은 여자이지만 신체적으론 남성인 이들을 가리킨다.
개정안이 실제 도입될 경우, 성별불일치자는 현역은 아니더라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뒤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은 트랜스 여성은 '군 면제(5급)' 판정을 받는다. 만약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검사 대상(7급)'으로 분류된다. 일정 기간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고 주기적 재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치료 경력이 없는 사람은 재검에 나가도록 돼 있다"며 "재검에 계속 나간다는 (대상자들의) 민원 제기가 있었다. (이번 입법예고는) 성별불일치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랜스 여성의 군 복무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대변인은 "관련 의견, 각계 의견, 또 민원에서 제기됐던 문제점 등을 종합해 운영상에 있어 가장 합리적으로 적절하게, 또 신중히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입법예고와 관련해 일각에선 병력자원 확보를 염두에 둔 접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감소 여파로 여성 징병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군 당국이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징병제 위에서 충분한 인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온 군이 인구감소의 타격을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받게 될지도 모른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신숙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최근 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인구감소 시기 강한 국방을 위한 병역제도 설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군병력 수요 재검토 △총체적 국방인력 관리 △전문병사제 도입 △직업군인의 직업 안정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제안된 정책들이 2차 인구급감 시기인 2030년대 중반 시작될 경우,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 최소 10년간 충분한 기간을 두고 시범운용 해보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시범운용 과정에서 △전문병사 지원율 및 유인조건 △초급간부 처우개선 △장교와 부사관 등 직업군인의 인사관리 체계 △과학기술군 육성 방안 등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기존 계획을 수정·보완할 최소한의 시간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한정된 인구를 대상으로 군과 사회가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국방, 강한 국방력 유지를 위해서는 병역제도를 넘어선 군 인력 시스템과 국방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