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전쟁 나나요?"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1.19 07:00
수정 2024.01.19 07:00
남북 모두 선제타격 '거리두기'
우발적 충돌 따른 확전 가능성
낮추려면 통신선 복원 추진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에서 '전쟁'이란 단어가 추임새처럼 반복되고 있다. '대한민국 완전 점령'까지 공언한 터라, 농반진반으로 "그래서 전쟁 나는 거냐"고 묻는 이들이 적잖다.
표현이 적나라하기로는 윤석열 정부도 뒤지지 않는다. "즉시·강력히·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우리 군 '구호'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오가는 표현은 가볍고 날카롭지만, 의미는 날로 무거워지고 또렷해지고 있다. '남북의 언어'는 언제나 이면을 들춰봐야 한다.
북한이 2년 전 법으로 못 박은 '핵독트린(핵무력정책법)'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최근 김 위원장은 보복 차원의 핵공격 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먼저 핵공격을 가하진 않을 거란 취지다.
"우리가 키우는 최강의 절대적 힘은 그 무슨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 수단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꼭 키워야만 하는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방위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중략)…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 지난 15일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내용 중에서
순진하게 믿을 일은 아니지만, 북한 '변화'에 호응하듯 우리 군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핵사용 기도 시 김정은 정권 종말"을 강조해 온 국방부는 최근 "직접적 도발 시 압도적 대응"을 언급했다. '핵사용 조짐이 파악되면 선제타격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리적 도발 시 보복을 가하겠다'는 입장으로 톤을 낮춘 셈이다.
남북이 공히 선제타격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출렁이던 한반도 정세는 서서히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우발적 충돌에 따라 균형점이 언제든 흐트러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해로를 통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나 민간 선박의 예기치 못한 움직임 등으로 남북 군 당국이 '오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김 위원장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북한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고 지시한 만큼, 서북도서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된 3월과 꽃게잡이가 본격화되는 4월 이후로는 우발적 충돌에 따른 확전 우려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윤 정부는 '북한 정권의 오판을 막는 것'이 억지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북한이 도발할 엄두를 못 내게 하겠다는 취지다. 끊임없는 억지력 강화와 과시는 응당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예기치 않은 상황을 북한이 확대해석하거나 곡해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 최소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먹통' 상태인 남북 통신선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뿐만 아니라, 군 통신선을 관리하는 국방부까지 재가동을 촉구해야 울림이 클 것이다.
무엇보다 통신선 재가동을 대북 정보유입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 있다. 북한에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도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호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