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도발하면 그곳이 무덤"…'부활' 천안함, 폭침 겪은 작전관이 함장으로
입력 2024.01.22 11:39
수정 2024.01.22 11:41
해군 "자질 및 본인 의사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직"
2010년 폭침 당시 천안함(PCC·1000톤급) 작전관으로 근무하던 박연수 중령이 신형 천안함(FFG-Ⅱ·2800톤급)의 차기 함장으로 취임한다. 폭침 5050일 만에 '부활'한 천안함의 지휘관이 돼 서해 수호 임무를 이어가게 된 셈이다.
최종일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인사 배경과 관련해 "박 중령이 천안함 전사자들과 참전 장병들의 희생·헌신, 그들의 명예를 보다 잘 드높이고 새롭게 부활한 천안함을 잘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해 보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중령은 지난해 말 해군 장교보직심사위원회를 거쳐 천안함장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팀장은 "보직할 때는 함장으로서 직책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 여부와 본인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정신적 트라우마 우려가 있는 만큼, 박 중령 본인 의사를 확인한 끝에 인사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 팀장은 "(박 중령) 본인은 천안함 피격 이후, 본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천안함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해 먼저 간 전우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서해 수호라는 숭고한 사명을 완수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안함 피격 이후, 군에서는 천안함 참전 장병들이 어려움 없이 군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실시하고, 또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박 중령이 천안함장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임무 수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이날 오후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제1·2대 천안함장 이·취임식을 진행한다. 이·취임식에는 2함대 장병,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 등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피격사건 참전장병, 김주영 천안함재단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다.
천안함장을 맡게 된 박 중령은 2006년 해군 학사사관 101기로 임관했다. 참수리-276호정 부장, 천안함(PCC) 작전관, 고속정 편대장, 진해기지사령부 인사참모 등을 지냈다.
최원일 전 함장에 따르면, 박 중령(당시 대위)은 천안함 폭침이 일어난 2010년 3월 26일 배가 직각으로 완전히 기운 상황에서 함교당직자 7명 전원을 외부로 빠져나오게 했다. 배에서 이탈한 후에도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다음날 오후에는 평택에 입항해 당직사관으로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박 함장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2함대에 있는 천안함 46용사 추모비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천안함 46용사의 희생과 애국정신을 기리고 북방한계선(NLL) 사수 의지를 다졌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박 함장은 "천안함이 아닌 다른 함정에서 함장 근무를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천안함장 직책이 주어지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했다"며 "천안함 전우 모두와 함께 전장으로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적이 도발하면 그곳을 적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