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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부 압박에 올해만 3조 '상생 보따리'…이어지는 '官 리스크'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12.21 08:58
수정 2023.12.21 09:02

상반기 4700억·하반기 '2조+α'

정부의 자금 동원 수단 전락 우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고금리 환경에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권이 올해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상생 보따리'를 열게 됐다. 돈 잔치와 종노릇 등 윤석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이 연중 내내 이어지면서 반강제적으로 돈을 푼 모습이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높은 이익을 낼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자금 동원 수단이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및 국내 20개 은행은 지난달부터 '민생금융 지원방안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4차례 논의 끝에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2조원+α' 규모의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그간 은행권이 시행한 상생금융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지원은 지난 20일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 대상으로 이자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대출금 2억원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돌려준다. 차주당 환급액은 최대 300만원이며, 개인사업자 약 187만명이 1조6000억원(1인당 평균 85만원) 수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총지원액 2조원은 지금까지 은행권의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사회적 기여에 있어 가장 큰 규모"라며 "이는 모든 은행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진정성 있게 방안 마련에 참여해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결국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수조원의 돈을 풀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소상공인 등이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상황을 은행의 '종노릇'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지적했다. 또한 독과점 체제에서의 은행권 '갑질'이 심하다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 정서에 편승해 은행권을 대상으로 반시장적인 횡재세 도입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관련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은행권이 추가 부담하는 금액만 1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상생금융 지원액도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10%인 2조원으로 결정됐는데, 합리적 기준에 근거했다기보다 횡재세를 의식한 결과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등 떠밀리듯 돈을 풀어댄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은행권은 올 상반기 대출자의 원금·이자 감면 등 상생금융으로 470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결정된 지원액을 합산하면 올해에만 정부 압박으로 3조원에 가까운 금융지원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높은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가진 탓에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돈을 내놓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세수가 줄고 서민경제가 악화하는 등 위기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정부 대신 자금을 투입하라는 강요는 상시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는 전날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제3·4의 상생금융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추가적인 상생금융 방안을 지금 말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지금은 국민들이 '2조원+α'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정확하게 집행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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