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수감 중 6일째 '실종 상태'
입력 2023.12.12 14:24
수정 2023.12.12 14:49
가디언 "그의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크렘린궁 모르쇠로 일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일한 정적이라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소도 수감중 실종돼 행방이 묘연하다.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푸틴 대통령의 공식 대선 출마 이틀 전부터 모습을 감춘 나발니가 6일째 연락이 두절 된 상태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발니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던 측근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고, 이날 출석하기로 돼 있던 법원 화상 심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교도소 당국은 인터넷 연결 등의 문제로 그가 출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는 “지난 6일부터 나발니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며 “당일 나발니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될 예정이었다. 이감 후부터 그는 나를 포함한 측근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연락 두절 상태인 그가 법원 심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실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측근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2주 전 교도소에서 질병이 걸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되게도 했다. 교도소 내 의무진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를 침대에 눕히고 의료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야르미시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가 실종전 며칠 간 음식을 먹지 않았고, 아픈 상태에서 환기도 되지 않는 독방에 갇혀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실종까지 된 시점이 푸틴 대통령의 출마 선언과 맞물리자 일부 서방 외신은 그의 실종에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선거 운동 전 나발니의 입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오래전부터 그를 경계해온 크렘린궁이 그의 실종에 대해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반(反) 푸틴 인사인 나발니는 2011년부터 자신이 창설한 반부패재단 등을 통해 크렘린궁과 러시아 친정부 기업 등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현 러시아 정권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러시아 보안당국의 오랜 추적을 받아온 그는 2013년 사기 혐의로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내 집행유예로 풀려나 활동을 재개했지만, 보안당국은 2020년 8월 나발니가 집행유예의 조건인 보호관찰 기간을 위반했다며 재차 그를 체포했다.
2021년 1월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나발니는 이듬해 3월 사기 및 법정 모욕 등으로 9년형을, 지난 8월 극단주의 활동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또 19년 형을 선고받았다. 형 대로라면 그는 30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