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유예’ 대인배 오타니의 특급 배려
입력 2023.12.10 16:40
수정 2023.12.10 16:41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29)가 LA 다저스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급 유예’를 제안했다.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팬들과 야구계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결정이 너무 늦어진 것을 사과한다. LA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는 글과 함께 LA 다저스 로고 이미지를 올렸다.
오타니 에이전트도 “오타니가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원)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당초 예상했던 5~6억 달러를 상회하는 북미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다.
MLB 역대 최고액은 LA 에인절스와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564억원) 계약이었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가 애런 저지와 맺은 9년 3억 6000만 달러(약 4696억원)의 FA 계약도 크게 뛰어넘는다.
야후스포츠는 이날 "오타니의 계약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라며 “리오넬 메시가 FC바르셀로나와 체결(2017~2021년)했던 6억7400만 달러(약 8897억원) 계약 규모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는 팀에 사치세, 현금 동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급 유예’라는 방식까지 먼저 제안했다.
오타니 에이전시 측은 이날 “오타니는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계약을 하며 다저스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고 알렸다.
MLB.com 등 현지언론들도 “계약 기간 내 평균 수령액은 7000만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유례없는 수준의 연봉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를 오타니가 먼저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계약기간 내 전액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액 이상을 추후 수령하겠다고 오타니가 먼저 제안했다는 얘기다. 다저스가 향후에도 부담을 덜고 전력 보강에 나설 수 있도록 오타니가 구단을 배려했다는 해석이다.
초대형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때 ‘지급 유예’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수가 먼저 구단에 제안한 것은 유례가 없다. 이런 결정에는 오타니가 아직도 밟지 못한 MLB 포스트시즌 무대를 향한 열망도 깔려있다.
오타니는 MLB 최초로 두 차례나 만장일치 MVP에 선정된 ‘투타겸업’ 특급 스타지만, LA 에인절스에서 뛰는 6시즌 내내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다저스는 매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춘 팀이다.
오타니로서는 대인배답게 팀의 전력을 지키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례가 없는 제안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