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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 "극단적으로 나뉘어 복수극…서로 악마화 진흙탕 됐다"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12.10 08:00 수정 2023.12.10 09:03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인터뷰

"효능감 보여주는 것 별로 없고 논점이탈"

"다뤄야하는 문제 진지하게 다루고 있나"

"무위의 정치 우리나라에서 추방시키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서른한 번째 순서로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났다.


1982년생인 이 전 최고위원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혁신위원을, 2021~2022년에는 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이보다 앞선 2006년에는 현재의 대학생위원회 전신 격인 대학생 정책자문단을 만들어 초대 단장을 지내는 등 정치권에서 2030 청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도 톡톡히 수행해왔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도 상당하다. 노점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20대를 보낸 '흙수저 출신', 386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패기를 선보인 '청년 정치인', 청년최고위원으로 지명될 때는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 란 수식어도 등장했다. 노점상 아르바이트, 법대생, 정치인에 이어 최근 환경전문가로까지 활동, 이런 궤적을 통해 그가 지향하는 정치의 방향은 '절박한 현재의 불공정을 넘어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전 최고위원은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논점을 이탈하고 있다"는 진단부터 내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효능감을 보여주는 것도 별로 없고, 서로 권력만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가 보이니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윤리적인 어떤 관점을 더 올리기 위한, 국민의 평가를 더 좋게 받기 위한 그런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악(惡)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악기(惡氣)만 서로 남아 서로를 비난하고 악마화하고 너무 치우쳐져 있는 상태"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정치가 다뤄야 하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제대로 다루고 있느냐"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 있다. 대통령이 노동·국민·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던졌다. 시대와 구조적으로 지금 문제 상황을 타개해내지 못하면 우리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다"라며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던졌는데 던지기만 할 거냐, 논의를 해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금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초고령화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도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간다. 앞으로 켜켜이 쌓여 있는 문제들이 많이 늘어나게 될텐데, '복지가 지속 가능할까'라는 이 질문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이 처한 가장 큰 문제로는 '신뢰의 위기'를 꼽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우리가 말한 것은 최소한 지켜야 한다"며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되거나 다시 한 번 (국민이) 기회를 줄 경우, '저들은 자신들의 어떤 잘못을 잘 개선해서 새로운 어떤 시대로 이끌고 갈 수 있겠구나'라고 하는 기대감, 이런 것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금 민주당이 집권을 해도 또다시 복수극이 (재연) 되는 것이 아니냐. 민주당도 역시 점수를 많이 잃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1대 국회의원들이 지금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나눠져 서로가 이렇게 복수극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사람들이 별로 생각 안 했는데, 이게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뢰가 기본적으로 위기이면 사람들이 뭘 던져도 그걸 믿지 않는다. 지금 약간 (국민이) 자포자기 상태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어떻게 보면 이제 악만 남고 서로 악마화하는 이런 싸움, 진흙탕이 이미 돼 버린 곳에서 나는 깨끗한 옷을 입고 '여러분 싸우지 말라' 이렇게 얘기하는 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짜 정치가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 더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결과가 국민에게 좋은 이익으로 가는 그런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단순히 (정쟁) 싸움을 잘해서 혹은 유튜브, 열정적인 지지층에 소구하기 위해서만 이렇게 한다면 기득권은 유지될지 몰라도 그 기득권을 갖고 결국은 (정치가 다뤄야 하는 문제를) 타결을 못하게 되면 기득권만 남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무위(無爲)의 정치를 우리나라에서 좀 추방시켜 버리자"라고 촉구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원내 입성하면 '미래세대 기본법' 만들고 싶어"
"지속가능성 준비 못하면 고통스러운 상태 갈 것"
"의원 법안, 30년 후까지 생각하고 시야 넓어야"
"자기 지역구뿐 아니라 지구 전체 바라봐야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22대에 국회에 입성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으로 '미래세대 기본법' 제정을 꼽기도 했다. 미래세대 기본법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어떤 수치와 미래 예측 기능을 키우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17년도에 배낭을 메고 세계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전 세계 도시들을 돌며 그 도시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는지가 탐구 과제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2년 반 동안 이 같은 것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현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런 경험과 고민을 담아 펴낸 '쓰레기책(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은 그를 환경 관련 베스트셀러의 저자로도 명성을 날리게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현재 '쓰레기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정치가 이런 것들을 준비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꽤나 고통스러운 상태로 가겠구나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우리나라는 고독사도 심각하고 자살률도 굉장히 높다. 노인들이 굉장히 불행한 시대의 이 사회상은 지금 전 세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등"이라고 했다.


이어 "도시 문제라고 하면 어느 도시는 소멸하고 어느 도시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럼 그 도시가 팽창을 한다. 그 도시에는 문화적·교육적·경제적 기회 등 여러 가지 기회들이 막 파생되는데, 그러나 그 이면에는 도시의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금 우리는 주택 문제부터 해서 임대료, 교통 문제 등이 난리도 아니지 않으냐. 환경 문제 역시 그 도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협하고도 맞물리는 문제여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변화를 좀 모색해 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전 최고위원은 "내가 보는 정치는 임기 4년을 바라보고 하는 정치가 아니라, 30년을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국회의원이란 지금 내가 내는 법안과 지금 내가 내리는 그 결정이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고, 시야가 굉장히 넓어야 한다. 지구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내가 내 지역구만 쳐다보고 있으면 내 지역구 주민들을 지킬 수가 없다. 그런 같은 관점에서 지구 전체가 연결돼 있다"라며 "기후위기라고 하는 것도 우리가 지금 위기라고만 얘기를 하지만 실제로 지금 그 위협이 우리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 지금 다뤄야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만 쳐다볼 게 아니라 지구 전체를 쳐다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떤 미래를 제시하고,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터지면 우리나라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해야 되는가하는 것이 이제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지금 국제 플라스틱 감축 협약이 지금 펼쳐지고 있고, 2024년도에 한국에서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라며 "대한민국이 우리 미래를 생각해 이것을 좀 리드하는 포지션을 좀 갖자.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의 선진 사례만 배우고 싶어 할 것이 아니고,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을 배우자라고 하는 이런 내용의 법안들을 좀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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