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석화업계, 中 빈자리 채워야 산다
입력 2023.12.05 06:00
수정 2023.12.05 06:00
중국 자급률 증가와 수요 부진으로 수출 감소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 물량 중 중국향 40~50%
국내 화학업계,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대응 나서
(노란색 우측 맨 앞부터 순서대로)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 ⓒLG화학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대(對)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간 높았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그 빈자리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채우면서 수익성을 방어할 방침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 대규모 증설로 인한 물량 증가와 수요 부진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범용제품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대신 기능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이슈에 크게 휘둘리는 것은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기대 성장해온 역사에 기인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물량 중 중국향 비중이 40~50%로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이 국내 석유화학업체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등 막대한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산업 발전을 위한 석유화학 수요도 늘어났다. 당시 중국 석유화학 자급률은 50% 수준이라 인접국인 한국이 부족한 수요를 채우게 되면서 고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몇 년 간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고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는 떨어지면서 대중국 석유화학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 설비들을 대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에틸렌 기준으로 최대 석유화학 생산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췄으며 곧 순수출국으로까지 발돋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무역협회의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021년 17.3%, 2022년 15.5%, 2023년 12.8%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30년에는 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추가로 주목해볼 부분은 신규 증설되는 에틸렌 생산 설비들은 단독 설비가 아닌 기존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대중국 수출 감소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어 경계해야 될 부분이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도 가중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과거 중국의 PX 내재화로 수출이 감소한 사례를 비춰보면 현재 중국 수출 감소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에서 단기간 안에 따라잡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력이 적용된 제품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맏형인 LG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탄소나노튜브(CNT), 태양광 패널 필름용 소재(POE) 등을 대표적으로 기술 장벽을 높이고 있다. 또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중국 외 시장을 활성화하며 시장 다변화에도 힘주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중국 자싱시에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을 모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에서 줄인 비중을 배터리 소재와 같은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로 채워 2030년까지 매출 비중 60%로 확대할 방침이다.
SK지오센트릭도 일반적인 화학 소재를 줄이거나 타 소재를 활용해 기존과 동일한 물성을 유지하는 고부가 화학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 2025년까지 연간 2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짓는 등 친환경 사업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중국 수요가 안 좋은 상황인 데가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로 공장을 짓고 있어 국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이외의 시장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세계 경기가 안 좋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 국내 업체들이 낮췄던 공장 가동률을 조금씩 높이면서 지난달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내년까지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며 “가동률 조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쪽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