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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김근식 화학적 거세' 왜 또 기각했을까? [법조계에 물어보니 279]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11.17 05:02
수정 2023.11.17 08:40

수원고법, 김근식 항소심서 징역 5년 선고…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는 기각

법조계 "김근식이 출소 후 성범죄 저지를 개연성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 판단"

"재판부, 성 충동 약물치료로 인한 부작용 또는 오심 가능성 때문에 부담 느끼는 듯"

"성 충동 약물치료, 헌법재판소서 합헌 결정…증거 명백한 사건에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김근식 모습.ⓒ인천경찰청

17년 전 어린이를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근식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늘어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의 경우 원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를 잇따라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오심에 의해 치료를 받은 게 드러날 경우 등에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근식의 범죄 행태 및 비정상적 성도착증 증상 등에 비춰보면 법원이 제시한 판단 근거는 석연치 않다"고 강조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2부(김동규 허양윤 원익선 고법판사)는 이날 김근식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전자발찌 부착 10년과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근식의 공무집행방해와 상습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에게 성 충동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큼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성 충동 약물 치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법원이 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 인용에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재판부는 김근식이 출소 후 성범죄를 범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 근거로 김근식이 형기를 마치면 대략 60세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이고 해당 시점에서는 성도착증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성 충동 약물치료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했지만 3인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고, 성 충동 약물 치료를 받았다가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오심에 의해 치료를 받은 것이 드러날 경우 등에 대한 재판부의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김근식이 행한 범죄 행태 및 비정상적 성도착증 증상 등에 비춰보면 법원이 제시한 판단 근거는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성 충동 약물치료라는 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판사들이)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외국에서는 어떤 사안에서 (성 충동 약물치료를) 인정했는지 면밀히 분석해 재판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도 여론을 생각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성 충동 약물치료의 경우 도입하고 있는 국가도 있으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며 "또 약물치료가 성기능을 저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같은 점과 함께 (김근식이) 이미 장기간 복역했고 앞으로도 5년을 더 복역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부분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화학적 거세'라고 불리는 '성 충동 약물치료'는 치료감호의 한 형식이므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김근식에 대한 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가 기각된 것이 국민의 법 감정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치료가 필요할 만큼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있었고, 기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제반 사항이 없었다면 재판부로서는 기각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성 충동 약물치료가 범죄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실제로 성범죄 충동을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점, 범죄자 인권 보호 등의 측면에서 법원에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고려하면 법원에서도 증거가 명백한 사건에는 적극적으로 성 충동 약물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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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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