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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화의 경계에서, 밴드 다양성 [D:인디그라운드(16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11.16 12:59
수정 2023.11.17 14:49

현실과 동화,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개념은 때로 서로 교차되고, 상호작용한다. 밴드 다양성(보컬 곽승현·기타 주준규·드럼 이충희·베이스 신예찬)은 동화와 현실을 융합한다. 동화적인 요소를 통해 현실을 해석하거나, 현실에서 영감을 받은 동화 같은 곡을 쓰는 식이다.


ⓒ유어썸머

동시에 데뷔 싱글인 ‘17’부터 ‘동그라미’ ‘종이비행기와 풍선으로 가득 찬 세상’ ‘광안대교’ ‘언제나 단순하게’ 등의 2021년부터 현재까지 내놓은 다양성의 앨범은 그 어느 것 하나 반복됨 없이 새롭게 느껴진다. 한계 없는 동화적 상상력 안에서, 조금씩 자신들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3일 발매한 새 싱글 ‘거품’ 역시 그들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다.


-다양성이란 밴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승현, 준규, 충희 셋은 원래 대학교 시절부터 친구였어요. 지인과 함께 다른 이름의 밴드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멤버 탈퇴와 해체 수순을 겪은 후 다시 한 번만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나머지 멤버들이 함께 모여 결성한 것이 바로 다양성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베이시스트였던 멤버 승현은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로 포지션을 전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절친한 동료 밴드 루아멜의 기타리스트 허경철 군을 통해 예찬이를 소개받았고, 그렇게 완전체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이름도 궁금하고요. 말 그대로 ‘다양한’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일까요?


충희) 사실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 붙인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이름 짓는 것도 미뤄둔 채 무작정 함께 모여 초기작들을 만들곤 했는데, 마침내 이름이 필요한 상황이 찾아오고 말았어요. 오디션 공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밴드명을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저와 멤버들이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큰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꿈을 꾸었어요. 잠에서 깨고 난 뒤에도 관중들의 함성이 귀에 아른거릴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꿈의 내용을 전달한 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양성’이라 이름 짓는 게 어떻겠느냐 넌지시 물었더니 다들 ‘...괜찮은데?’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마침 장르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던 저희의 음악적 신념과 잘 맞는 이름이기도 했어요.


-2021년 데뷔해 2년 반 정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데뷔 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데뷔 이래 가장 큰 변화는 든든한 소속사, 유어썸머와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점점 저희 음악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어 왠지 뿌듯해요. 팀의 마인드라 할 만한 게 있다면 오직 좋은 음악,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것뿐인데, 이건 처음과 똑같아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팀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중심에 둔 팀의 방향성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이미 했던 걸 특별한 의도 없이 반복하지 않는 것, 음악을 만듦에 있어 장르적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양성만의 색깔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팀의 의견을 모으는 데 있어서 소통이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다양성만의 소통 방식이 있을까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저 끊임없는 대화일 뿐이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때로는 각자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서로 다투기도 하면서요. 깊게 고민할수록 팬 여러분들이 더 좋아하실 만한 결과가 만들어질 테니 앞으로도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투닥거리도록 하겠습니다.


-신곡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1년 만의 새 앨범인데요, 사실 싱글과 EP를 내는 상황에서 1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지는 않죠.


원래 올해에는 앨범 작업 계획이 없었어요. 그 대신 좀 더 많은 경연대회에 참가하고 공연 활동을 대폭 늘리며 바쁜 한 해를 보냈죠. 하지만 소속사가 생기고, 홍대 인디 밴드의 보금자리였던 네스트 나다가 사라지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는 등 주변 여건들이 변화하면서 저희의 계획도 그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음원 발매를 결심하고도 그 와중에 시간과 정성을 더하다 보니 이렇게 오래 걸리고 말았어요.


ⓒ유어썸머

-신곡 ‘거품’은 어떤 곡인가요?


저희 나름의 애정과 기대가 담긴 곡이에요. 올해 초 어느 겨울날 멤버 승현의 집에서 통기타를 만지작거리다 탄생했는데,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가사를 붙이는 순간부터 이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곡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완성 후 종종 공연장에서 선보일 때면 미발매 곡임에도 관객분들의 반응이 꽤 뜨거웠던 기억이 있어 발매를 결정했습니다.


-거품이라고 하면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양성은 이 거품을 어떤 개체로 활용하셨는지요.


부여할 수 있는 의미는 무궁무진하겠지만 흔히 거품은 허무하게 없어져 버리는 것에 비유되곤 하죠. 하지만 그것이 슬픔이 담긴 매개체라면, 그리고 무심하게 터뜨려 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희는 그렇게 부정적 감정을 부정함으로써 청자에게 어떠한 긍정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수에 음수를 곱하여 양수를 산출하는 수식처럼요.


-밴드를 설명함에 있어서 ‘모든 순간을 노래하는’ 밴드라고 설명하셨는데요. 이번 곡은 어떤 ‘순간’을 노래하고 있나요?


비눗방울을 ‘후’ 불어 날리면 그 안에 자신의 숨이 담겨있듯이 우리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즉 매번 호흡을 마시고 내쉴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품이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타인이 보기엔 작은 거품일지라도 당사자에겐 상대적으로 버겁게 느껴질지 모르죠. 이번 곡에는 자신의 거품을 모두 털어버리고 사랑하는 이의 거품을 대신 떠안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 담겨있습니다. 여러분께는 거품 없이 행복만이 남은 마음을 선뜻 건네고 싶은 분이 있으신가요?


-앨범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최우선적으로 지향했어요. 그래서 듣기 편하면서 따뜻한 사운드와 몽글몽글한 분위기의 가사, 그 외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다양성만의 색깔을 띨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했죠.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면에 있어서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슬픈 생각이 담긴 거품의 형상을 아련한 느낌으로 나타내고 싶었거든요. 막연했던 저희의 상상을 멋진 앨범 커버와 모션 그래픽으로 표현해주신 미디어 아트 크루 ‘봉복’의 멤버분들께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직접 연주를 펼칠 수 있는 합주실보다도 컴퓨터가 놓인 작업실에서 더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어요. 그 좁은 방안에 저희 스스로를 가두고 하루 종일 녹음, 특히 기타 녹음에 매달렸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환기할 때마다 들어오는 거실의 공기마저 신선하게 느낄 지경이었지만 그 무엇도 모든 걸 마치고 밖으로 뛰쳐나가 들이마신 새벽 공기의 상쾌함에 비할 순 없을 거예요. 힘들면서도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EP에 비해 싱글은 단 한 곡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그런지 작업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어요. 이 질문은 훗날 정규 앨범을 발매하면 다시 받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걸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햇수로는 데뷔 3년차인데요, 정규 앨범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항상 있었어요. 지금도 변함없고요. 다만 좀 더 음악적인 성장을 경험한 이후 보다 나은 여건에서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보다는 취향에 따라 골라 듣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과연 정규 앨범 1장을 내는 것이 EP 2~3장을 내는 것에 비해 큰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스칠 때도 있지만…그런 낭만을 포기할 일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네요.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일지라도, 기대해주세요!


-이 앨범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다양성이라는 밴드를 모르셨던 분들도 이 곡을 통해 저희를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이면서도 소소한 목표를 들자면 카페나 길거리에서 저희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요. 그것은 대중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와도 같을 테니까요.


ⓒ유어썸머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귀띔도 해주세요.


다가오는 12월 2일에 클럽 온에어에서 ‘거품’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겸한 연말 단독 공연, ‘스노우볼’(SNOWBALL)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후 12월 9일에는 마포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M 인디열전 EXTENSION’에 출연하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펼치는 공연인 만큼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다음 앨범으로는 일단 또 다른 싱글을 구상 중입니다만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팬 여러분께 즐거운 수수께끼로 남겨두겠습니다.


-다양성이라는 밴드가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실까요?


다채로운 주제로 여러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어 내는 만큼, 놀이동산처럼 다양한 어트랙션이 있는 밴드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밴드 다양성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곡마다 고유의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점이 저희의 정체성이 아닐까요? 비슷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항상 다른 상황과 분위기를 설정하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의 첫 번째 EP에 수록된 ‘보름달’과 ‘낮과 밤의 경계’는 모두 꿈을 위해 달려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 나타나는 메시지는 느낌이 다릅니다. ‘너의 숨 가쁜 설렘으로 세상에 닿을 수 있도록’(보름달) ‘일단 가서 부딪치고 저지르고 생각해’(낮과 밤의 경계)…온도 차가 느껴지시나요? ‘보름달’에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담겨있다면 ‘낮과 밤의 경계’는 거기에 느낌표가 (조금 많이) 붙어 있달까요. 모든 순간을 노래하는 밴드이기에 앞으로 더욱더 다양한 주제와 상황을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다양성이라는 팀의 롤 모델도 있나요?


승현) 장난으로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진지하게 뽀로로를 꼽고 싶어요.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으며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캐릭터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준규) 저는 하나의 롤 모델을 따라가기보다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본받는 것을 지향합니다.

예찬) Linkin Park. 제가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어준 팀이에요. 저희가 공연할 때나 음원을 만들 때, 그 무엇을 할 때라도 언제나 저만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충희) 저희가 사공이 많다 보니 롤 모델도 참 다양하죠? 저의 롤 모델은 The 1975의 드러머 George Daniel과 Coldplay의 드러머 Will Champion이에요. 두 분 모두 드럼 연주자의 영역을 넘어 프로듀서와 보컬리스트/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라는 어려운 분야를 훌륭히 겸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도 그분들을 본받아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팀에 더 큰 보탬이 되겠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밴드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또 부족한 점이나 채워 나가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양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르의 다채로움과 저희의 공연을 한 번 보신 분도 다음 공연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도록 언제나 새로운 걸 준비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누구와도 호환되지 않는 저희만의 감성이 차별점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아직 정규 앨범이 없다는 것? (웃음) 농담이고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보고 싶고 굿즈도 많이 만들어 내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네요. 일단 해낼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밴드 다양성의 최종 목표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세상이 오래 기억할 음악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 뒤로는 전 세계 투어, 유명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슈퍼 락 스타…이런 꿈 같은 말들이 떠오르네요. 언젠가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요! 지금까지 밴드 다양성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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