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금융 압박 받는 은행권, 당국 회동 앞두고 '속앓이'
입력 2023.11.12 08:10
수정 2023.11.20 16:02
상생 금융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권이 당국과의 회동을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어떤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5대 금융그룹 회장단은 오는 13일 비공개로 만나 상생 금융 아이디어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잠정 취소됐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과의 회동에 앞서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혼란스러운 금융권의 상황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참모진이 최근 민생 현장을 찾아 청취한 내용을 소개하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 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나은행은 이번 달 3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30만명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일정 기간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 가운데 약 665억원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방안이 핵심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6일 약 1000억원 규모의 취약 금융 계층 지원 방안을 내놨다. 현재 시행 중인 소상공인 이자 감면·수수료 면제 등 상생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한을 1년 연장하고 대상을 늘리는데 610억원, 소상공인·청년 금융 부담 완화 부문에 440억원을 새로 투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달 6일 "올해 은행권 이자 이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다음 날인 7일 "은행이 금리 쪽으로만 수익을 내니 서민 고통과 대비해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고 횡재세도 그 맥락"이라며 "일단 은행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은행당 1000억원 정도 규모의 이자 감면 등 기존 지원 방안의 연장선으로는 정부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분석이 퍼졌다.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으려다 잠정 보류한 KB금융의 판단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도 대책 공개보다는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자 이익을 어떤 형태로든 내놔야 사태가 진정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택할 경우 여러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이익 축소로 배당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또 고금리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 적정 수준의 충당금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밖에도 은행과 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은행연합회 20여개 회원기관은 새희망홀씨대출 등 금융지원과는 별개로 ▲2019년 1조1059억원 ▲2020년 1조929억원 ▲2021년 1조617억원 ▲2022년 1조2380억원 등 4년 연속으로 해마다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사업에 써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