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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웅 "정치가 청년 눈물 외면…국민 향한 '구애경쟁' 필요"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3.11.12 08:00
수정 2023.11.12 09:10

권지웅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

野 비대위원·李캠프 수석부대변인 역임

"임대차시장 불공정문제, 정치권이 외면

정권심판-국민 피눈물 우선순위 정해야"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사이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스물다섯 번째 순서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인 열린캠프에서 수석부대변인을 역임한 뒤, 내년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을 만났다.


1988년생인 권 센터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두루 만나며 임대차 시장 문제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그는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정치적 구호만 외치는 정치권을 비판한다. 선거 때만 국민을 외치면서 막상 현실에는 정치가 국민 곁에 없다는 것이다.


Q.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문제가 극심하다. 이같은 전세 사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전세 사기 원인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전세가가 떨어져 발생한 문제로 보는 시각도 맞다.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할 당시 반드시 알아야할 것들을 모른 채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 구조가 문제다. 정치권과 행정부가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계속 외면하고 있었던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외면이라면?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이 세금 체납을 얼마나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집주인이 세금을 수억원이나 안 내고 있었고, 만약에 그 사실을 임차인이 알게되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선순위 보증금, 임대인의 세금 체납 등은 계약을 하기 전에 임차인이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실한 시스템을 정치권이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다. 만약에 이런 시스템을 마련해뒀다면 지금처럼 세입자들이 대규모 사기를 당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Q. 정치권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지금 필요한 예방법은 임대차 시장에서 계약과 관련된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즉, 계약 전 임차 예정자가 주택에 대한 임대인의 세금 체납여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보증보험 가입 관련해서도 계약 전 국가기관을 통해 확인받아야 한다.


현재 개정안들이 조금씩 올라와 있는데 논의되고 있지 않다. 전세사기특별법 정도가 있는데, 본격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관심을 안 가지는 정치권의 불성실함을 지적해야 한다.


전세사기특별법이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개정 당시 사안의 시급성 때문에 여야가 추후 보완입법을 진행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5개월째 아무런 반응이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간사가 6개월 후 쯤 보안 입법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오는 15일에 열리는 국토위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잘 챙기면 법 개정이 불가능하지 않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관련 언급을 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최근 연이어 발언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만큼,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Q. 기억나는 피해 접수 사례가 있는지.

"20대 후반의 여성이 기억난다. 외국 생활을 오래했던 이분은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한국에서 여성 장교로 군 복무를 했고, 제대 후에 취업한 당시 은행에 2억원 정도를 대출 받아 구했던 집이 전세사기 주택이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모든 사기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한 걸 보고, 그분이 '한국에 와서 군 복무를 할 만큼 애정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어떤 피해를 입고 나니 국가는 날 지켜주기는커녕 책임이 없다고 하는 모습에 너무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파일럿을 준비하던 남성 청년은 1억원의 전세사기를 당하고 원양어선을 타러 가기도 했다. 이건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까지 크게 무너지는 일이다. 이분은 결국 젊은 나이에 파산과 회생을 신청했다.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우리 사회 청년이 겪는 현실적 문제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면하고 있다. 권지웅 센터장도 청년정치인인 만큼, 제21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치권의 '젊은 피 수혈'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1대 국회는 입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았으며, 특히 청년 관련 정책에 매우 불성실했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청년의 고심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나이가 젊다는 것만으로 청년을 우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젊을수록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의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세사기를 당한 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세 계약 전에 필수 위험사항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과연 집을 산 지 오래된 사람이 더 잘 알 수 있을까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청년에게 일정한 국가 권한이 주어진다면 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건가에 대한 활발한 해법을 더욱 빠르게 찾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여야가 정쟁만 하면서 청년이 어떤 부분이 절실한지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부족했다. 정치가 국민에 가까이 있어야 되는데 어려울 때 정치인을 찾는 그런 기대조차 없는 사회가 됐다."


Q. '사람만 바뀌지 싸우는 건 똑같다'는 풍자도 있다.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근본적으로는 구태 선거제도에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소선거구제가 구성하는, 즉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1등만으로 구성돼 있다. 달리기 경기에서도 2등을 제쳐도 결국 2등이다. 이에 따라 국민이 무엇에 관심 있는가가 핵심이 아닌 경쟁 상대보다 잘하든지, 상대 정당만 어떻게든 주저앉힌다는 승자독식이 우리 정치의 오랜 병폐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들이 결정하는 건데, 결정권자의 존재 이유가 없다.


점점 더 국민으로부터 정치가 멀어졌고, 국민도 무관심해졌다. 정답은 아니지만 선거제의 구조를 바꿔, 정치가 국민을 향한 '구애 경쟁'을 해야 하는 게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전세사기 문제도 상대를 깎아내리기 좋은 소재가 되면 이야기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


Q. 22대 총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적 포부가 있다면.

"서대문갑에 15년째 살고 있긴 하지만, 이곳에 출마 결심을 완전히 굳힌 건 아니다. 전세사기 문제가 컸던 지역이 될 수도 있고, 다방면으로 비례대표까지 열어놓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출마를 했었다. 지금도 변함없는 출마 계기는 주거 문제와 대한민국내 팽배해진 양극화 그리고 불평등 사회의 해결이다.


구체적으로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푸는 게 대한민국의 양극화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는 것보다 한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문제를 풀고자 하는 국회의원 한 명쯤 있어야 되지 않겠나. 국회의원 한 명 정도는 어떡하면 국민이 임대차 과정에서 불안하지 않게 계약할까, 어떡하면 공정하게 계약할까를 고민해 줘야 될 거 아니겠느냐.


정동영·추미애·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무슨 수로 이 문제를 할 수 있을까. 평소에도, 권력이 있을 때도 이 문제를 안 다뤘는데 관심이나 있을까. 그분들의 정치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치가 아니다. 정권의 심판이 중요한가, 국민의 피눈물을 닦아드리는 게 중요한가. 우선 순위를 판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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