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의 늪' 위기감…불어나는 가계 빚 '유탄'
입력 2023.11.07 15:13
수정 2023.11.07 15:24
내년에도 건전성·수익성 '이중고' 계속
비은행 부동산PF 연체율 4%대로 급등
"금융지원 대출보다 직접 보조금 유효"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이 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세미 기자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사들의 내년 경영 키워드도 건전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금리로 인해 취약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민간소비마저 둔화돼 연체율과 수익성 모두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전사들을 둘러싼 악재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주 소비자층인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신용공급 등 금융지원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늘어난 빚더미…고꾸라진 카드사 성장세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세미나에서 여전업계의 내년 시장 상황에 대해 수익성이 제한되고 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카드사들의 성장 발목을 잡는 주요인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대출이 꼽힌다. 지난달 31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820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 보다 3조4526억원 증가했다. 2021년 9월(4조729억원 증가) 이후 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계속해서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은행 대출채권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금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12조6000억원)를 뛰어 넘었다. 1~8월 기준으론 2016년(16조6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런 가운데 대출을 제 때 갚지 못한 자영업 차주들이 올해 들어 더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 소호대출 연체율은 8월 말 기준 0.50%를 기록했다. 1년 전(0.20%) 보다 2.5배 급등한 것으로, 2014년 12월 말(0.50%)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불어난 가계빚은 소비저하로 이어져 카드사들의 수익성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줄면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하고, 가맹점주의 여건 악화는 결국 가맹점수수료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민간 소비 증가율이 올해 2.1%에서 내년 2.0%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내년 카드사들은 한계차주 증가와 민간소비 둔화로 인해 대출성 자산의 부실화와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며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리볼빙 자산 증가세 등 대출 및 할부금융자산의 질적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최근 5년 간 연체율 추이.ⓒ한국금융연구원
◆비은행 금융기관 ‘가시밭길’…중‧저신용자 지원 대비必
전문가들은 카드사 뿐만 아니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즉 비은행 금융기관들도 가시밭길을 걸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비카드 여전업권은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성장성과 건전성의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매금융 중심의 고유업무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는 올해 수준의 성장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이연·누적될 것으로 보여 이들 자산 비중이 높은 중소형 여전사는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가 올해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특히 여전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2022년 말 2%대 초반에서 올해 6월에는 4% 내외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2019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향후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과 환금성이 낮은 부실우려 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정부 정책에 힘입어 연착륙 중이나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라며 “고금리 및 부동산시장 정체 장기화 시 리스크 수준에서 열위에 있는 저축은행 및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 중심으로 부실의 현재화 가능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의 경우 내부통제 관련 정책환경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업권 내 규제차익 및 내부통제 미비가 부동산 대출 확대와 부실을 야기한 것으로 보여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상호금융을 이용하는 주 고객이 서민인 점을 감안해 소비자 보호 강화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은 위험자산 부실화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그러면서 저축은행 업계가 서민금융 수요에 부응하면서도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높은 소액신용대출의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한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준태 부연구위원은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정책서민금융상품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서민금융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대내외 여건 하에서는 통화, 재정, 금융 정책이 일관되게 확장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고, 금융규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지속적으로 차주의 건전성 관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취약계층은 매우 한정적인 범위로 정의해 지원하되, 지원방식은 지원 이후 부담으로 남게 되는 대출보다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혹은 일자리 정책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