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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남북 '한민족' 개념 연연 않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09.22 10:33
수정 2023.09.22 10:56

대통령실 "민족 공조를 해서

어떤 짓 하든 北을 맨 앞에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어"

지난 2018년 2월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단일팀을 응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미북' '중북' '러북'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지칭하는 순서에 변화를 주고 있다. 민족 개념에 착안해 북한을 선(先)지칭 했던 관례를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자유 등 보편적 가치에 무게를 둔 외교노선이 남북관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 북한 순으로 언급한 데 대해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겠다"면서도 "순서 자체를 특정해서 의식적으로 말씀한 것 같지는 않다. 원고에 '러북'이라 쓰여 있어 순서에 대해 자연스럽게 여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에게 이유를 여쭤보지 않았지만, 민족 공조를 해서 그 사람이 어떤 짓을 하든 북한을 맨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진정으로 협력하느냐가 (선지칭의) 1차적 기준이 될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주변 4강 동맹의 역사, 우방국의 순서에 따라 부르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정해놓은 순서와 원칙은 없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도 "러북·북러관계, 이 (호칭) 순서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양자 다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규범'을 강조해 온 윤 정부가 '관례'에서 벗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윤 정부는 통상적으로 활용돼 온 '북미' '북중' 대신 '미북' '중북' 순으로 언급하고 있다.


다만 지칭 순서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진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례적 표현인 '북중러' 대신 '러북중' 표현을 여러 번 언급했다.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경제적·외교적·문화적 연관성이 깊지만, 중국을 가장 마지막에 지칭한 것이다.


지난 2018년 8월 18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들이 공동입장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 정부가 남북관계의 민족적 특성에 연연하지 않는 흐름은 통일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주년을 맞아 신(新)통일미래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통일부는 민족적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존 통일방안을 손볼 예정이다.


윤 정부가 '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강조해온 만큼,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켜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 통일에 다다르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직을 맡았던 지난 5월 "자유가 외교 정책, 대북 정책, 통일 정책의 핵심적 내용이 되어야 할 가치"라며 "자유로운 국가 사이에서 평화적 관계, 안보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자유의 확대를 통해 남북한 사이에 심화되고 있는 안보 딜레마 해소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고도 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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