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밀착에…韓, 中 끌어당기고 러시아엔 '경고'
입력 2023.09.20 05:00
수정 2023.09.19 22:20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문체장관 아닌 국무총리 참석
"한중관계 개선 시그널"
외교부, 주한 러시아대사 초치
4년 반 만에 개최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밀착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중국 관계 조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국제적 왕따'로 전락한 북러가 같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협조'를 기대하는 것과 달리,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적극성을 띠지 않자 우리 정부가 중국 끌어당기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가기로 했다"며 "토요일(23일)에 가서 일요일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오는 23일 개최되는 개막식에 정부 대표단 자격으로 참석한다. 개막식에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동행할 예정이다.
통상 문체부 장관이 아시안게임 관련 정부 대표단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한 총리 방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한 총리는 "이제까지 대개 문화부 장관이 갔던 것 같다"며 "총리가 가는 것은 좀 더 한중관계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총리는 "완전 별도로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면서도 각국 정부 대표들과 함께 시 주석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총리가 가서 중국에 (관계개선) '사인'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뚜렷한 사인을 전달하기 위한 행사 등이 특별히 마련된 것은 없지만, 각국 수석대표들이 모인 모임을 통해 시 주석과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일중 정상회의 연내 개최되나
외교장관 회담 먼저 열릴 듯
한 총리 방중과 별개로 외교당국은 다음주 서울에서 한일중 고위급회의(SOM·Senior Officials' Meeting)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일중 고위급회의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내 우리나라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지속해 온 만큼, 이번 회의를 통해 구체적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휴지기'를 이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3국 정상회의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3국 정상회의는 연내 개최를 목표로 협의 중이다. 정상회의 일자를 조율하기 앞서 외교장관 간 회의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오후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 한국주재 러시아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외교부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쿨릭 대사에게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계기 러북간 무기거래와 군사협력 문제 논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던 러시아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 차관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우리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분명한 대가가 따르도록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그와 같은 행위는 한러 관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북러 밀착이 한러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