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올리브유 가격”…치킨업계, 가격 인상 딜레마
입력 2023.09.22 07:29
수정 2023.09.22 07:29
원부자재 가격 급등…“수익성 악화 도마 위”
인상 요인 수두룩…“올해 올리긴 어려울 것”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 가격 인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올리브유 가격 급등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육계를 비롯한 다른 원재료의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치킨업계는 ‘여른 의식’으로 올해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나선 데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치킨 가격으로 악화된 소비자 의견 까지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 세계 올리브유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특히 8월 기준 시세는 지난해와 견줘 1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1톤당 약 1200만원으로 급등했다.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스페인 역시 올리브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스페인 내 올리브유 가격은 연일 오름세를 보이며 리터 당 4유로(약 5700원) 수준이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리터 당 10유로(약 1만 4000원)에 팔리고 있다.
원인은 최근 몇 달 간 지중해 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과 자연적 해거리다. 이 지역에서 올리브 피해 정도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올랐다. 가뭄 피해가 큰 스페인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장 주체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여 가격이 급상승했다.
상황이 이렇자 올리브유를 원료로 쓰는 치킨 브랜드의 부담이 커졌다. 전량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BBQ가 대표적이다. BBQ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올리브유 구매가는 평균 2500유로였지만 현재 올리브유 구매가는 9000유로 가까이에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이후 계약이다. 튀르키에 수출 중단까지 겹치면서 현재 시장가격이 톤당 1만유로까지 거래되고 있다. 수입가격이 이렇게 오르면 본사가 가맹점주에 공급하는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당장은 본사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한계가 크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BBQ 관계자는 “새로운 구매처도 찾아보고 있는데 전세계 올리브 공급량이 줄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최저임금부터 공공요금, 임대료 등이 전부 올랐기 때문에 본사에서 많이 고민하고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며 버텨보려하지만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BQ뿐 아니라 치킨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부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이어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배달앱 중개 수수료 및 배달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를 1500~1700원 사이에 구매하다가 현재 3000~3200원 사이에 구매를 하고 있으니 두배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밀가루 가격 역시 안정됐다고 하지만 러시아 전쟁 이전과 비교했을 때 70% 이상 올라있는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치킨브랜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고통”이라며 “양념소스, 무, 포장용기 등 거의 모든 재표들의 가격도 널 뛴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없어 매일 회의를 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다만 올해 남은 기간 가격 인상을 선택하는 업체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 반발과 정부의 압박을 우려해 가격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치킨 3사를 비롯한 식품기업 22개 업체를 불러 추석 물가 안정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소비자 여론에 따른 무서움도 크다. 지난 4월 나홀로 가격인상을 단행한 교촌에프앤비는 인상 후 소비자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예상보다 2배 긴 4개월동안 매출부진에 시달렸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올해 2분기 매출 1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쪼그라들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가오는 추석도 있고, 얼마 전 정부 간담회도 진행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본사가 전부 부담하고 버티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가격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