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결속에 북중러 '반작용', 과대평가는 금물?
입력 2023.08.27 00:00
수정 2023.09.09 20:44
"북중러 밀착에 따른
한국 불이익 우려는 '기우'"
한국과 미국, 일본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전방위 협력을 공언한 가운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新)냉전 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일 결속에 맞서 북한·중국·러시아가 협력 수위를 끌어올릴 거란 관측이지만, 과대평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난 22일 연구원 주최 통일정책포럼에서 "한미일 3국 공조를 약화시키기 위한 북중러의 공세적 행태가 충분히 예상된다"며 "당분간 대립적 정세는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정세 장악력 훼손을 막기 위해 도발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은 3자 협력의 '약한 고리'로 한국을 지목하고 과거와 같이 우리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강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외견상 한미일 대 북중러 연합세력 간 경합·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핵무장과 도발로 한미일 협력이 자동적으로 강화되고, 역내 미국 영향력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고민은 상당히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러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할수록 한미일의 맞대응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정세 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 실장은 "한미일 협력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대응 목표는 '협력 약화'보다 '협력 강화 차단' 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북중러의 협력 공간은 분명 한계가 있다.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중러 협력이 한미일 협력을 뛰어넘는 수준의 협력 기제로 발전해 가기는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며,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중러가 밀착해 '오히려 한국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북한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기념 열병식에 중러 대표단이 참석해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을 사실상 용인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편에서 한미일 타격용 핵미사일에 경례까지 했다.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왼편에서 열병식을 지켜봤지만, 핵미사일에 대한 경례는 삼갔다.
현 연구위원은 "북러 사이에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대한 '용인', 나아가 미국에 대한 핵사용 가능성을 '묵인'하는 '공감대'가 있다"며 "북한 (살상)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제공됐느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을 직접 무기 박람회에 데려가 핵사용을 전제로 한 무기들을 보여줬다"며 "상징적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전과 관련한 러시아 행보가 북한 '위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 지도부의 전술핵 사용 엄포와 러시아 내부에서 힘을 얻는 '핵사용 가능 논리'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과거 핵무기를 사용했으니 러시아도 사용할 수 있다'는 내부 여론과 '우크라전 패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지도부 이해가 맞물릴 경우, 러시아가 실제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사실상 핵무기를 용인받은 북한의 운신 폭 역시 확대될 거란 전망이다.
현 연구위원은 "비확산 체제에서 러시아가 핵보유국의 대표이긴 하다"면서도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핵을 가진 북중러 억제와 관련해 한미일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가 상당히 관건"이라며 "실질적으로 3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보 기제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미는 '북한이 어떤 핵무기를 사용하든 정권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거듭 공언해 왔지만, 미일이나 한미일 차원에선 언급된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