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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 '애매모호' 규제에 은행들 혼란…차주만 '울상'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9.17 06:00
수정 2023.09.17 06:00

갚을 수 있으면 예외?…애매한 기준

"대출 문턱 높아지는 게 당연 수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데일리안DB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판매 기준을 두고 은행권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갚을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한해 50년 주담대 판매를 허용한 예외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서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만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관계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대출은 최대 50년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하되 한도는 최대 만기 40년에 맞춰 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들어 은행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현재 DSR 규제는 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주담대 만기가 길수록 연간 원리금 줄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돼서다.


다만 금융당국은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는 50년 만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예시로 20~30대 청년층이나 연금과 같이 노후 소득이 확실히 있는 중·장년층 등 상환 능력이 명백히 입증되는 자는 50년까지 나눠 갚으면서 한도도 늘어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은행들은 상환 능력의 기준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당장 소득이 있어도 미래 소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훗날 상환 능력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월급을 많이 받는 직장인이나 매출이 높은 사업자라도 당장 1년 후에도 직장을 그만두거나 가게를 문 닫는 등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50년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갓 스무살에 취업해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는다 하더라도 빚을 다 갚는 나이는 정년을 넘어서는 70세인데 대출 전 기간에 걸친 상환능력을 장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의 50년 만기 주담대 기준을 차용할 가능성이 크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정책금융상품으로부터 출발한 만큼 정책 기조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주금공에서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만 대상으로 한정한다.


신한은행은 애초 주금공 상품을 참고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만 34세 이하에만 판매했다. 또 카카오뱅크 역시 50년 주담대 논란이 커지자 만 34세 이하로 판매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집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자들, 특히 35세 이상 차주 발등에는 불이 떨어지게 됐다. 은행 입장에서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두고 보수적으로 대출 심사를 해줄 수밖에 없어 주택 관련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금융당국이 도입하겠다는 스트레스 DSR 제도 역시 결국 은행 대출 문을 좁힐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DSR이란 변동금리 주담대의 DSR 산정 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하는 제도다.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가 가산금리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DSR 40% 규제하에서 금리 4.5%, 50년 만기로 대출할 경우 4억원을 받을 수 있는데, 가산금리 1%포인트가 적용되면 월원리금 부담이 늘면서 대출 가능액이 3억4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상환 능력을 심사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줘도 가계부채가 급증하면 심사 기준을 금융당국이 문제로 삼을 수 있다"며 "스트레스 DSR까지 도입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줄 수밖에 없고 아쉬운 입장은 결국 차주들"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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