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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절약이 목적? ‘습관’으로 자리 잡은 요약본 소비 행태 [패스트 콘텐츠 시대②]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8.31 16:39
수정 2023.08.31 16:39

시대에 따라 콘텐츠 시청 습관도 달라져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큰 가치...능동적 콘텐츠 소비"

#30대 직장인 박모(38)씨는 평소 ‘드라마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고 있다. 그는 “정말 재미없다는 드라마도 한 번 시작하면 의리로 끝까지 보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박씨는 “하나의 드라마를 두 번 본다”고도 덧붙였다. 기존 채널에서 한 번, 이를 요약한 유튜브 영상에서 또 한 번 드라마를 소비하고 있었다. 그는 “기존 채널과 유튜브의 요약 영상은 하나의 작품을 보여주지만 엄연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 요약본 만의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8)씨는 스스로를 ‘유튜브 죽순이’라고 표현한다. 잠자는 시간, 수업 시간 등을 제외하고 모든 여가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낸다는 의미에서 붙인 별명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집에 TV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휴대전화를 통해 접하고 있다”면서 “이 플랫폼을 통해 처음부터 작품들을 접해왔던 터라 요약 영상을 본편처럼 소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시청 채널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시대에 따라 콘텐츠 시청 습관은 변한다. 현재 유튜브 영상에서 인기를 끄는 콘텐츠 요약본의 수요가 높아진 이유로 대부분은 현대인의 삶이 바빠진 탓이라고 말한다. 요약본이 시간을 절약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바쁘기 때문이라고만 단언하긴 어렵다.


나스미디어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실외 활동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온라인 이용 시간은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시간을 온라인 동영상 시청으로 보내는 행태가 이제 ‘습관’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즉 시간이 없어서, 혹은 바빠서 요약본을 소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요약본 소비의 주된 원인은 대중의 시청 습관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시청자들은 온라인에 익숙해졌다. 실제로 동영상을 시청할 때 TV로 시청하는 비율은 23%(나스미디어 집계)에 불과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에서도 최근 일주일 이용률 순위에선 유튜브가 78.8%(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달한다. 넷플릭스(54.9%)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환경에서 유튜브에 가장 특화된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는 영상들이다. 이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요약본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대다수의 채널들도 20분 내외의 영상으로 제작된다.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꾸준히 접해 온 시청자들은 편하고 빠르게 시청하면서도 그 안에서 기승전결이 가능하다는 걸 몸소 체득했고, 이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요약본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변화도 있다. 단순히 요약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구간을 선택해 보길 원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일부 요약본 채널에서 ‘더보기’를 통해 짧을 영상을 구간별로 나눠, 특정 구간으로 바로 건너뛸 수 있도록 링크를 삽입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기존 드라마의 본편을 보면서도 배속 시청이나 빨리 감기, 되감기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성향이 요약본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한 콘텐츠 제작 담당자는 “동영상 콘텐츠의 주요 시청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은 과거처럼 한자리에 앉아서 제작자들이 떠먹여 주는 대로 콘텐츠를 받아먹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싶은 작품, 보고 싶은 구간을 직접 선택해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추세”라며 “시간 절약의 목적이 짧은 영상을 시청하는 것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나아가 이제는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시청자들은 콘텐츠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시청을 하고자 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시청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제작자들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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