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 뭐예요? 클린스만 감독, 개운치 않은 국외 재택 행보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8.26 07:01
수정 2023.08.27 06:26
지나치게 짧은 한국 체류 기간과 해외 매체 패널 활동 도마 올라
진정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전념하고 있는 지도자인지 의문
부임 후 1승도 올리지 못한 사령탑의 책임과 의지 느끼기 어려워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은 진정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전념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 거주하지 않고 본업이 아닌 부업에 집중한다는 비판에 휩싸인 클린스만 감독은 국외서 재택(원격) 근무를 하며 해외 매체 패널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엔도 와타루(일본)를 영입한 리버풀 클롭 감독의 안목을 평가했고, 지난주에는 재택 중인 클린스만에게 연락을 해온 ESPN을 통해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결과를 예측했다.
결과는 맞혔지만 국내 축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역할보다 해외 매체 축구 패널로서의 활약이 눈에 띄게 많아 보인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한국 체류기간을 놓고 취임 전 낳았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4경기에서 1승도 따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의 깊고 넓은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자신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아래와 같은 해명도 내놓았다.
클린스만은 최근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장”이라며 “선수를 관찰하는 방법이 20~30년 전과 다르다. 경기장에서 직접 만날 수도 있지만, 선수들과 계속 연락해 몸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눈앞의 아시안컵, 3년 뒤 월드컵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 매체 '패널'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ESPN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토트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리뷰와 함께 리오넬 메시-해리 케인을 분석했다.
물론 우리 대표팀 감독이 세계 축구 흐름을 관찰하는 위치에 있고, 굴지의 매체나 기관의 섭외 대상이라는 것 자체는 좋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축구협회가 계약으로 보장한 권리”라며 다른 일정들을 국외서 소화하고, 정작 한국에 있어야 할 때 한국에 없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휴가를 마친 뒤 7월 24일 귀국, 일주일 후인 8월1일 출국해 미국에 체류하며 원격 근무 중이다. A매치가 있었던 3, 6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보내왔다.
그렇다보니 K리그 현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관찰한 것은 20경기도 되지 않는다. 현장에 대표팀 수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다. 팀으로 나눠 K리그 현장을 자주 찾았던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행보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새로운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며 팀 전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K리그 선수 관찰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칭찬한 리버풀 클롭 감독과 같은 선수 발굴과 선택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선수의 능력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감독이 선수단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국제 축구 흐름을 관찰하는 클린스만 감독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클린스만 감독을 믿어주고 싶어도 최근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과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전념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내에 있는지 없는지가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클롭의 안목이니 메시가 어떻고, 미국 리그가 어떻다는 것이 4경기 동안 승리가 없는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하고 있을 얘기는 아니다. 그것도 한국 밖인 미국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