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탈당 러시…전·현직 50여명, 천호선과 신당 창당
입력 2023.07.07 14:12
수정 2023.07.07 14:27
대변인 전격 면직에 국회 밖서 '탈당 회견' 우여곡절
"정의당, 고쳐쓸 수 없는 상황…진보 혁신 이끌겠다"
지난해 정의당을 탈당한 천호선 전 대표가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 50여명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한다. 내년 총선을 200여일 앞두고 '제3지대'를 겨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위선희 정의당 전 대변인 및 당직자들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추진을 위한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위 전 대변인과 정호진 전 대변인, 임명희 현 강원도당위원장, 이형린 현 충북도당위원장, 송치용 전 부대표, 정혜연 전 부대표, 임성대 전 강원도당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의당은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상실했다. 추락한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당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지만 끝내 혁신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며 "당원을 지치게 하는 당, 결국 당원이 떠날 수밖에 없는 당이 되었다. 정의당은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한 재창당인지 알 수 없었던 정의당 재창당의 결론은 신당 추진으로 귀결됐다"며 "정의당의 신당 추진에 어떤 기대도 생겨나기 어렵다. 자기 혁신의 연장에서 시도되는 도전적인 창당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떠밀린 결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정사 최초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총투표를 이루었다. 발의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꺠고 40%나 되는 당원들의 열망을 모아냈다"며 "현 의원단은 물론 이들과 함께 당을 이끌어온 지도부와 그 노선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였으나 당의 변화를 바라는 그 절박한 문제제기에 당은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을 대체하여 진보의 혁신을 이끌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며 "우리는 작금의 제3세력이 아니다. 민주당과 경쟁하며 진보정치 전체를 혁신하는 정당, 정의당과 병행하는 진보정당이 아니라 정의당을 대체하는 제1진보정당, 대표진보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천호선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하는 신당에는 정의당 내 의견 그룹이었던 '새로운진보' 소속이 주를 이룬다. '새로운진보'는 2021년 출범한 '참여계'와 '진보너머' 일부가 통합한 그룹으로, 위 전 대변인과 송·정 전 부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시민 정치 네트워크로서 새로운 진보정치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은 7월 중으로 창당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창당을 위한 제안자 모임'을 시작하는 한편, 진보의 혁신과 확장에 동의하는 인사들과의 연대의 문도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창당의 길이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진보정치를 구하는 일이고 대한민국을 진일보시켜 왔던 진보정치의 커다란 두 정신, 노무현과 노회찬의 정치를 진정으로 계승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과정 두고 잔류파-탈당파 갑론을박
위선희 "대변인 면직, 회견 막기 위한 조치"
당측 "대변인 권한으로 해당행위? 용납 못해"
이들은 당초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국회사무처의 '기자회견장 운영지침'에 따르면 기자회견장의 사용권자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대변인, 차관급 이상 국회 소속 공무원 등으로 제한돼있다. 하지만 전날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지자 위 전 대변인이 '대변인직'을 전격 면직당하면서 국회 건물 밖에서 행사를 치르게 됐다.
위 전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내일(7일)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정미 대표와 주요 당직자에게 사전 보고를 드렸다. 그러나 오늘 오후 6시 13분 정의당 대변인직을 면직당했다"며 "이는 당의 주요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통관에서 정의당을 해체하자고 발언하는 현직 국회의원들에게는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는 당이, 당을 위해 헌신하다 절박한 심정으로 탈당을 선택한 이들을 대하는 졸렬한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대변인이 대변인으로서 갖고 있는 권한을 이용해 탈당 기자회견을 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害黨行爲)"라며 "기자회견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는데 위 전 대변인이 권고에 불응했고, 당에서는 이에 마땅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본인들은 마치 자기들이 탄압을 받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분들은 그동안 당에서 노선 경쟁을 치열하게 하셨던 분들이 아니다. 몇 년 동안 해온 건 여성주의 노선을 비토하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총사퇴를 주장한 것"이라며 "당원투표에서 부결된 건데 마치 당이 혁신을 거부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겪은 뒤 노동·녹색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정치 세력과의 연대·통합을 통한 재창당을 선언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에 탈당한 전·현직 당직자는 50여명이다. 그러나 당직이 없는 당원까지 포함한다면 탈당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호진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수많은 당원들이 탈당했고, 정의당의 혁신을 바랐던 마지막 그룹인 우리가 탈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