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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합지졸" "콩가루 집안"…'민주당 혁신위', 쇄신 의지 없는 당에 작심 발언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7.06 11:26
수정 2023.07.06 14:08

'불체포특권 포기' 1호 쇄신안에 확답 않자 공개 지적

김은경 "기득권 안주…당 위기에 절박해 보이지 않아"

박성진 "내려놓지 않으면 그 자리로 돌아가기 힘들어"

통합 주문 메시지도…"분파주의적 언동 단호히 조처"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김은경 혁신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과 당 내부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았다" "기강이나 규율이 없는 조직을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이나 콩가루 집안이라고 그런다"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혁신위의 1호 쇄신안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당이 확답을 내놓지 않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혁신위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공개했다. 그간 혁신위가 첫 회의를 제외하고 모두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회의를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회의 형식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혁신위원들이 지난 4일 회의에서 당내에 위기 의식과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고 공감대를 형성, 공개적으로 지적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실제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러한 혁신위의 제안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혁신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혁신위의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하듯 이날 회의에서는 당을 향한 작심 발언이 쏟아졌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집중적인 분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과 당 내부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았다"며 "민주당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당의 위기에 대해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더욱이 일부 당의 인사들이 탈당·신당·분당 등을 언급하며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보다는 자기정치에 급한 나머지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인다. 일부 의원은 입법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본회의장에서 안이하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심과 유리된 민주당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 그 괴리와 격차를 줄이겠다"며 "자리에 연연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며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태에 대한 성찰과 처방책이 필요한 시기다. 그동안 당원들과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역할과 기회를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대가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혁신의 필요성과 국민들의 요구를 알고 그 무게를 충분히 느끼고 있는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고, 당을 흔들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혁신 과정에서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는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복경, 김영주·송영길·이상민 실명 거론하며 힐난
"金, 여행 문자 사과하는 데 며칠이나…이해 안 가"
"宋, 검찰과의 싸움은 법정서…조율 안 된 말 자중"
"李, 옆집 불구경 하나…말씀 좀 조심해 주셨으면"


서복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복경 혁신위원은 "의원님들 2년 전, 3년 전에 같은 사안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당이 뭐라고 약속했는지 확인을 꼭 하고 말씀하셨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기강이나 규율이 없는 조직을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이나 콩가루 집안이라고 그런다. 최근에 민주당을 보면, 특히 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왜 그러시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서 위원은 특히 민주당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먼저 김영주 국회부의장, 그게 (일본 여행 문자메시지 논란) 사과하는 데 며칠이나 걸릴 일이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송영길 전 대표, 검찰하고 싸움은 법정에서 하라. 조율되지 않는 말로 당 내외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이 자중해 주시면 좋겠다"며 "이상민 의원, 옆집에 불구경하시는 거 아니지 않나. 말씀 좀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박성진 혁신위원도 "민주당이 위기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있어야 할 곳은 여의도도 아니고 용산도 아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살던 반지하, 2022년 수원 세 모녀 살던 연립주택,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때문에 두려워하는 수산시장 상인들 바로 그 옆자리"라며 "지금 그 자리에 민주당이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러운데 아마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가지고 계신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민주당이 그 자리로 돌아가기 힘들다"면서 "그 자리로 돌아가야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국민들에 희망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당내 통합을 주문하는 메시지도 나왔다. 민주당 현역 의원인 이해식 혁신위원은 "대여전선에서 당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무책임한 분파주의적 언동에 대해서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정치와 민생을 살리는 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 민주당을 다시 세우고 단결과 통합으로 세우는 일 각자 따로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형중 혁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이없던 장면 중 하나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극적인 화해하면서 포옹하는 것이었다. 누가 싫다고 계파 파벌 되는 게 현실"이라며 "민주당은 다른가. 민주당은 왜 싸우고 있느냐. 제발 노선, 정책 가지고 싸우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위기 의식과 혁신 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혁신위는 이날 회의 등을 거쳐 조만간 2호 쇄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위 혐의자가 징계 회피 목적으로 탈당할 경우 복당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 등이 2호 쇄신안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또 당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번주 중 당 상임고문단과 비공개로 회동할 예정이다. 중앙일보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혁신위는 최근 당 상임고문단에 간담회 요청 공문을 보냈다. 당 상임고문단은 김원기·권노갑·문희상·이해찬·임채정·이용득·정세균·이낙연 등 당 원로들로 구성돼 있다. 다만 최근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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