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불체포특권 포기' 한다는 건가 안 한다는 건가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07.03 07:00
수정 2023.07.03 07:00
지도부 "당론으로 체포안 부결 안 정해" "총의 모을 것"
모호한 반응에…'사실상 수용' '유보적 입장' 등 해석 분분
대선 때도 같은 내용 담긴 혁신안 발표했지만 전혀 안 지켜
어정쩡한 태도에 당내서도 "왜 우물쭈물"…진정성 논란
더불어민주당의 말장난, 말 바꾸기가 갈수록 지나치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한다더니 막상 기득권 손질에 나서자 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6일 혁신위의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 요구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 "국회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요구에도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혁신위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입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했다. '사실상 혁신위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은 물론 '거부한 것' '유보적 입장' 등 언론사마다 달랐다.
이재명 대표는 이러한 입장 발표가 이뤄진 당일 기자들에 "내가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않고 영장실질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19일 자신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건 맞다. 그러나 이 대표 자신에 한정된 선언일뿐이지, 당 소속 의원 전체의 입장을 대변한 건 아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당 소속 또는 소속이었던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서 당론으로 부결을 정한 게 아니었다. 겉으로는 '의원들 자유 투표'를 거론하며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결과는 모두 부결이었다. 심지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당내 여론이 좋지 않았음에도 '예상외'의 결과가 도출됐다.
이러니 민주당이 말장난, 말 바꾸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당내(이상민 의원)에서조차 "혁신위의 불체포특권에 관한 제안에 대해 별것도 아닌데 당 지도부는 왜 우물쭈물 엉거주춤하고 있나"라는 비판이 나왔을까.
더욱이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안건 논의 등으로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관련 논의를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의원총회 시간을 앞당겼으면 될 일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보다 앞선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로부터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받았다.
사실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라 포기 서약과 당론 채택으로는 법적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도 이 대표 주도로 정당혁신추진위를 출범시켜 불체포특권 포기 등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지킨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8월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3월 31일과 5월 31일 단 이틀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가 종료됐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순수한 의도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이 적은 시기에 '방탄 정당' 비판을 피하기 위한 술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꾸린 건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체포동의안 부결,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으로 위기에 빠진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함이다. 지금처럼 말뿐만인, 보여주기식 행태를 보인다면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