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진지·숙주·병참으로 전락한 공영방송 토크 라디오 [문호철의 MBC 생각 ⑧]
입력 2023.07.03 00:23
수정 2023.07.09 15:39
KBS 수신료분리징수는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하고 있고, MBC민영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다. 공영방송사들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봐야한다. 멀쩡한 공영방송이라면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목이 뻣뻣하다. 개선은커녕 지금까지 비난을 자초한 행태를 그대로 반복하거나 심지어 더 강화하고있다. 도저히 고쳐쓸 수 없겠다는 절망감까지 주고 있다.
다른 여러 원인도 있지만 이번에는 지난 5년 동안 MBC와 KBS가 좌파 '토크 라디오(Talk Radio)'에 점령당해 좌파 스타(?)들의 놀이터가 되었다는 측면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이들이 정치시사 콘텐츠 선봉이자 주포(主砲)가 된 것이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마침내 공영방송 무용론까지 나오게 만든 핵심적 원인이라고 본다. '토크 라디오'는 진행자(MC 또는 호스트)를 간판으로 내세우는 라디오 정치시사 토크쇼가 대부분이다. 이런 콘텐츠 장르가 '정치적 사태'라고까지 불릴 정도의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은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였고 그 시작은 1988년이라 할 수 있다. 이 토크 라디오는 1) 편향적 진행자, 2) 정치적 당파성, 3) 선정성과 음모론, 4) 반대편에 대한 희화화와 조롱 그리고 빈정거림 등을 그 부정적 특징으로 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미국 토크 라디오는 러시 림보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보수 성향 진행자 림보는 198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방송을 시작했다. 백인 남성 중장년층을 파고들면서 1990년대에 청취자를 폭발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림보의 성공을 보고 유사 프로그램들도 생겨났고 림보 뒤를 잇는, 인기와 영향력을 가진 호스트들이 잇따라 출현하게 된다. 2007년 주중 토크 라디오 91%가 보수 성향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토크 라디오는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그 이유는 그때까지 기존 주류 미디어(주요 신문과 TV 네트워크 방송)가 나타냈던 좌편향성에 대해 보수 성향 청취자들이 가졌던 불만 때문이었다. 또한 1987년 미국 FCC가 "공평 규칙(공적으로 중요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상충되는 관점들을 균형 있게 방송)"을 폐지하면서 일방적 견해를 방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좌우할 것 없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TV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던 AM 라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그나마 토크 라디오 프로그램이 유일하게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이 방면에 사업적 투자가 집중되었다는 산업적 측면의 원인도 있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 진행자의 주관적·이념적 관점을 강력하게 투영해 논평하는 분명한 색깔의 포맷이 인기를 끌고 다른 매체로 확산되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1996년 루퍼트 머독의 <폭스뉴스>는 '토크 라디오' 포맷을 케이블TV 뉴스채널로 넘겨받았다. 폭스뉴스는 TV의 림보라고 할 만한 스타성 강한 진행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빌 오라일리처럼 전통 미디어에서 성장한 사람도 있었지만 토크 라디오에서 이름을 이미 떨친 션 해니티, 로라 잉그럼같은 인물도 있었다. <폭스뉴스>는 2002년 넘사벽 CNN을 앞질러 케이블 뉴스채널 시청률 1위 달성의 기염을 토한 이래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2005년에 이르면 디지털 분야에까지 토크 라디오 포맷이 진출했다. 브라이트바트같은 온라인 사이트가 그것이다.
1988년이 미국 토크 라디오의 원년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2011년을 원년으로 볼 수 있다. 한국 토크 라디오 개척자이자 기수(?)라고 할 만한 김어준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대히트를 쳤던 해였다. 그리고 그 바탕에 자리 잡은 사고구조를 기술한 김어준의 책 <닥치고 정치>가 세상에 나온 해도 2011년이다. <닥치고 정치>의 요점은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답’이라는 것이다. 고물가, 높은 등록금 등 일상 스트레스의 근원이 정치이고 또 이를 근원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정치(선거)임을 깨닫고 '닥치고 정치(그중에서도 자칭 진보세력이 주도하는 정치)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 선언 그리고 <나꼼수>의 대히트로 인해 마침내 우리나라도 편파성과 선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시사 장르가 개시되었다. 2016년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기점으로 2017년을 지나면서부터는 지상파 공영방송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양국 간 비교와 시사점]
한국과 미국 토크 라디오는 차이점이 있다. 첫째,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좌우가 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좌편향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우리 유튜브에는 우파 성향의 토크 라디오 스타일에 가까운 정치시사 채널이 많이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에는 지난 5년 동안 좌파 성향의 토크 라디오 스타일 정치시사 콘텐츠만 있어왔지 우파 성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두 번째, 양자 간 가장 결정적 차이는 우리나라는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에까지 이런 형태의 정치시사 콘텐츠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TV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케이블 뉴스채널인 <폭스뉴스>에 토크 라디오 스타일 콘텐츠가 진출했다면 우리나라는 MBC·KBS 양대 공영방송사 정치시사 프로그램의 주류적 위치에까지 자리 잡았다. 그 물꼬를 튼 것이 팟캐스트 <나꼼수>의 tbs 진출 즉,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셋째, 영향력 또는 비중의 차이다. 우리나라 토크 라디오 스타일 정치시사 콘텐츠는 특히 지상파 공영방송사의 라디오 핵심시간대인 출퇴근시간에 똬리를 틀고 있다.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조건이다. 그러니 그 반작용 또는 반발도 더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폭스뉴스> 인기 진행자 터커 칼슨의 퇴장에서 보듯 미국에서 토크 라디오 포맷의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청자들의 더 큰 불만과 반발로 인해 퇴출의 길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이 포맷만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숙주가 된 공영방송사들까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와 민영화 요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다음으로 공통점 내지 유사점을 보자면 첫째, 림보와 김어준의 유사성이다. 둘 다 사람들을 혹하게 하고 휘어잡는 방송인으로서의 재주—비판자의 시각에서는 악마의 재능이겠지만—를 가지고 있다. 유쾌하고 솔직해 보이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림보의 경우 고르바초프가 등장할 때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드러내는 환호를 가리켜 “고르바즘(Gorbasm)”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고르바즘 뉴스 배경음악으로 영화 <스타워즈>의 “제국의 행진곡”을 선정, 고르바즘 뉴스를 전할 때마다 함께 재생시켜 그의 청취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둘 다 지루하기 쉬운 정치시사 토크를 엔터테인먼트 화했다.
두 번째 공통점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 상업적 동기와 목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존 미디어에 만족하지 못한 청취자 층을 찾아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정치시사 논평을 제공했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를 대리 해소시켜줌으로써 상업적 이익을 창출했다. 이런 메커니즘은 특히 기존 미디어의 이윤추구 동기와 결합되어 일종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냈다. 충족되지 못한 수요층을 찾아내어 거기에 부합하는 콘텐츠미디어 상품을 제공하는 것에 탁월한 실력을 가진 루퍼트 머독이 만든 <폭스뉴스>가 토크 라디오 스타들과 손을 잡고 상업적 대성공을 거둔 것이 그 사례라 하겠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tbs라디오 전체와 TV 전체 제작비를 합친 정도의 수익을 낸다고 김어준 본인이 밝혔다. 자신은 tbs 기본 출연료 지급 상한선의 2배에 달하는 출연료를 계약서도 없이 받았다고 한다. <나꼼수> 패밀리 주진우도 MBC와 KBS를 번갈아가며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고액의 출연료를 챙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순수 상업적 동기가 지배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진영에 속한 동지를 챙겨줌까지 더해졌다. 공영방송은 특히 좌파 카르텔의 숙주가 되어 그들의 병참기지로 전락했다.
세 번째 공통점은 호전적이고 자극적인 수사를 활용하는 선정주의와 음모론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잘 먹힐 수 있었던 것은 호스트들이 청취자들과 맺은 친밀한 연대감 덕분이었다. 커뮤니케이션 학문 분야에서 고전이 된 라자스펠드는 "커뮤니케이션의 2단계 흐름 이론"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중간 매개자(오피니언 리더 포함)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미디어 메시지가 개개인의 견해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토크 라디오의 경우에는 청취자들이 진행자를 친한 친구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진행자 역시 그런 정서를 최대한 활용한다. 뉴스 공급원(News Source)이면서 동시에 친구 같은 존재이기도 한 진행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이라도 신뢰하게 된다. 팬덤현상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공통된 문제점이 바로 '에코 체임버(Echo Chamber)'와 '확증편향'의 상호 상승과 확대재생산이다. 결과적으로 시청취자들은 양극단화하고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토크 라디오는 주류 미디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진지와 숙주가 된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훼손시켜 왔다.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공정하고 중립적인,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 상태에까지 이르게 만든다.
[앞으로의 과제]
토크 라디오프로그램은 좌편향 진행자와 비슷한 성향의 패널, 인터뷰 대상자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결국 그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은 어느 누가 우파 성향 유튜브 방송에 한번이라도 출연하면 극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라고 공격한다. 정작 자신은 유튜브 방송보다 더하면 더하면서도 말이다. 우파 인사나 패널들을 유튜브로 쫓아낸 건 다름 아닌 노영화된 오늘날의 공영방송 자신들이다. 우파 성향의 시청자들을 유튜브 방송으로 몰아낸 것도 바로 그들이다.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 비중이 지나치게 큰 미디어 산업구조에서 공영방송이 좌편향 토크 라디오 스타일에 의해 정치시사 분야가 장악된 것은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어떤 면에서 우파 유튜브 방송은 '좌편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여론 형성시장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자연발생적 몸부림이라 볼 수 있다. 그 일부는 비록 토크 라디오 스타일을 차용하긴 했지만.
지상파 공영방송은 무엇보다 먼저 지금의 좌편향 토크 라디오 식의 방송을 하루빨리 종식해야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청률/청취율 하락이 있을 것이고 광고수익 하락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자리를 우편향 방송 또는 우파 토크 라디오 포맷으로 정치시사 분야를 도배하자는 말이 아니다. 정치시사 콘텐츠를 연성화하자는 말도 아니다. 원래 있어야 했던 제자리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고 공영방송의 '正名'을 찾자는 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제 방송부터 <닥치고 정치>의 세계관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사람 둘만 모이면 정치 얘기부터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정치전문가'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정치과잉 현상을 뜻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닥치고 정치>와 <나꼼수> 이래 지난 십여 년간 우리 언론은 마치 '정치 팬덤 양산'을 지상목표로 삼는 방송처럼 변해갔다. 심지어 종교방송 라디오까지 아침 시간대에 정치시사 콘텐츠를 편성하게 이른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은 바로 공영방송 정치시사 콘텐츠의 좌편향 토크 라디오화인 것이다. 정치를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행위"라고 했던 칼 슈미트의 주장에 따르면 그만큼 대한민국 청취자는 적과 동지로 편 가르기 되었고 양극단에 분포하게 됐던 것이다. 그 같은 경향은 지난 정권 5년간 더 극심해졌다.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대중은 공영방송으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청취율에서든 충성도면에서든 도움 안 되는 계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MBC부터 정치 과잉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MBC 취업규칙 제6조의 2(정치적 중립성)는 사원들의 정치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특히 3항에서 ‘방송내용을 통해 특정 후보자나 정당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는 사원이 아닌 토크 라디오 진행자에게도 적용해야한다. 어차피 MBC 프로그램의 시청취자에게는 진행자가 사원인지 아닌지는 구분되지 않는다. 외부 진행자는 적어도 MBC와의 계약 기간 중에는 MBC 취업규칙 규정에 준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치집회나 시위, 특정 정당을 위한 정치활동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취업규칙 제6조의2-5,6항)도 계약에 포함해야 한다.
정치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편향된 정치이념과 확증편향을 가속화하는 기형적 정치시사 토크 프로그램은 균형과 공정을 회복해야한다. 더욱이 단순 과잉도 아니고 괴담과 음모론으로 점철된 편파왜곡·선전선동 정치시사 콘텐츠는 1급 발암물질이다.
다음은 후쿠시마 방류수를 주제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방송내용이다. 명색이 양대 지상파 공영방송 MBC의 대표 라디오프로그램이 이처럼 다른 나라를 비아냥거리며 조롱하는 투의 괴담수준 방송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토크 라디오급 정치시사 프로그램 사례]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2023. 5. 16. "영국 석학, 후쿠시마 오염수 1L 마셔도 된다? 석학이 돌석(石)자인가"
☏ 진행자 신장식>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웨이드 엘리슨이라는 분이 어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 초청으로 방한해서 기자간담회 했는데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 이 발언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서OO 교수 > 저도 그래서 그 석학이라는 분이 그 석이라는 게 돌 석(石)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중략)..도쿄전력이 돈 버는 방법이 있다는 걸 제가 깨달았어요.
☏ 진행자 > 어떻게 벌 수 있습니까?
☏ 서OO 교수 > 이 깨끗한 물 마실 수 있는 물은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쓰기에도 너무 아까워요. 그렇죠? 그래서 도쿄 시민들을 위한 상수도관에 직접 연결해버리면 버릴 필요도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이제는 물을 팔면 되는 거죠. 137만 톤 그대로 상수도관에 연결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석학이시니까 말을 믿는 거죠. 아닌가요? 그리고 그게 안 된다 하면 영국에 수출하죠. 후쿠시마 생수를, 왜냐하면 영국에서 오신 분이고 그렇게 두둔을 하셨으니 영국 수출 길을 열어줘야죠. 그래서 후쿠시마 생수 137만 톤 수출하면 도쿄전력 바로 현금이 들어올 텐데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간에 이건 농담이고요. (중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