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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에 도착한 프리고진, 향후 행보는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3.06.28 16:41 수정 2023.06.28 16:41

푸틴, 리더십 회복 위해 빠르게 사태수습에 나서

러 연방보안국, 무장반란 사건의 수사 종결 밝혀

푸틴, ‘반역자’로 규정한 프리고진 응징에 나설듯

바그너그룹 지원예산 용처 조사가 신호탄일 수도

지난 5월20일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신의 전투원들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 AP/뉴시스

무장반란을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를 등지고 일단 벨라루스에 둥지를 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를 ‘반역자’로 규정한 만큼 프리고진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프리고진 사이에서 중재·협상을 이끌어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머무는 것을 환영하며 전투 경험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벨라루스 정부는 바그너그룹에 7000~8000명이 수용 가능한 군사기지를 넘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용병들이 얼마나 벨라루스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에 남아 있는 대다수 용병들에 대해서는 러시아 정부가 3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용병들이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하거나, 국방부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퇴역하는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로써 2만 5000명 규모로 알려진 용병들은 앞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SW는 "프리고진과 함께 무장반란에 참여한 병력은 4000여명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용병들이 국방부와 계약을 연장해 잔류할지, 부대를 해체해 재배치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바그너그룹이 보유했던 대형 군 장비는 러시아 국방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앞서 지난 23일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수결정을 내린 뒤 종적을 감췄다. 이후 점령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떠난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인근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러시아가 무장반란 사태를 빠르게 마무리하는 과정에 벨라루스행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장반란사건의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이 보유한 대형 군장비를 정규군으로 인계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푸틴 대통령이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빠르게 사태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내부 광장에서 보안군, 국가근위대 등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만큼 푸틴 대통령은 시간을 두고 ‘반역자’로 규정한 프리고진에 대한 응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23년간 유지한 철권통치를 지속할 수 없는 탓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에게는 안전보장을 천명하면서도 프리고전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루카셴코 대통령은 27일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제거하려 했지만 자신이 말렸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지원예산 용처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1년간 바그너그룹에 1660억 루블(약 2조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내부 광장에 모인 약 2500명의 군인들 앞에서 “국가가 사실상 바그너그룹의 유지를 맡았음에도 콩코드기업(프리고진의 요식업체)의 소유주는 군에 음식을 공급하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800억 루블을 벌었다”며 “당국이 바그너 그룹과 수장에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쟁이 시작된 후 같은 해 5월부터 1년간 바그너그룹의 인건비로 860억 루블 이상을 지급했고 프리고진이 국방부와 조달계약을 통해서도 이에 못지않은 수익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강경 푸틴 지지층에서는 프리고진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BBC를 통해 “푸틴은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프리고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그가 러시아의 최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며 계속 지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프리고진이 과거 활동했던 아프리카로 돌아가 잠적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게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프리고진이 협상 결과에 따라 벨라루스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그들을 위한 캠프를 새로 건설하지는 않겠지만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군사기지 중 하나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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